스웨덴 예테보리도서전 한국 주빈국관 설계한 함성호 건축가

인간성 무엇인지 질문하며
몸이 어떻게 느끼게 할까 고민
주빈관바닥 1도 경사지게 제작
시간 지나면서 불편함 느껴져

우리 모두는 모자라는 존재
남의 말 더 많이 귀 기울여야


“한국 주빈국관 바닥 경사가 1도 기울어지게 했습니다. 처음엔 느낄 수 없었던 불편함이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느껴질 겁니다.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불완전하므로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설계했습니다.”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하는 스웨덴 예테보리 국제도서전이 26일 개막해 29일까지 계속된다. 주빈국관을 설계한 시인 함성호(사진) 건축가는 25일(현지시각) 예테보리의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울어진 바닥에서 정상적인 의자에 앉아 있으면 불편한데, 그 기울어진 경사가 우리 인간의 조건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모두 모자란 존재이기 때문에 남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인간의 배려가 아니라 조건”이라고 설계의 의의를 밝혔다.

예테보리 국제도서전은 지난 1985년부터 시작해 8만5000명가량이 참가하는 스칸디나비아 최대 문화 행사 중 하나다.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대한민국’(South Korea), ‘양성평등’(Gender Equality), ‘미디어와 정보 해독력’(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이다. 한국-스웨덴 수교 60주년을 맞아 주빈국으로 초청된 한국은 ‘인간과 인간성’(Human & Humanity)이라는 주제 하에 전시, 세미나를 비롯한 작가·문화 행사 등을 연다.

함 건축가가 설계를 맡아 만든 171㎡ 규모의 주빈국관에선 131종의 도서가 전시된다. 함 건축가는 “우리는 모두 운명의 경사에 놓인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는 존재들이다”라는 의미로 바닥 경사가 정면으로 1도가량 기울게 설계한 공간에 66개의 의자를 놓았다. 함 건축가는 주최 측이 잡은 주제보다 주빈국이 잡은 주제가 더 포괄적이어서 주빈국이 뭔가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인간성이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역으로 질문하며 몸으로 이 질문을 어떻게 느끼게 할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김동식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한국문학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강하게 반영하는데, 이는 한국문학의 미학적 성취를 이뤄낸 지점인 동시에 세계와 소통하는 데 걸림돌이 된 게 사실”이라며 “한국인이 알고 있는 역사적 경험, 집합적 기억의 경계를 넘어서 다른 정치적 기억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할 가능성을 우리 작가들이 한번 보여줘야 할 때”라고 이번 도서전의 의의를 전했다.

주빈국 작가 행사로 현기영, 한강, 진은영, 조해진, 김금희, 김숨, 김언수 등 국내 소설가와 시인 9명의 대담과 그림책 작가 이수지, 이명애 등 작가 17명의 북 토크가 마련된다.

예테보리 =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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