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축제서 함께 즐기는 ‘별미 여행’
양양, 송이보물찾기·따기 체험
봉화선 무료 시식·맛자랑 대회
서천 전어, 통통한 살에 ‘달큼’
안면도 대하는 뽀얗고 ‘싱싱’
횡성서 맛보는 진한육즙 한우
구이·스테이크 등 “끝내줘요”
하늘은 높아지고 바람은 서늘해지는 청명한 가을이다. 가을은 풍성한 수확의 계절. 시샘처럼 태풍이 지나가긴 했지만, 들판의 곡식과 주렁주렁 열린 과일들은 가을의 마지막 햇볕을 받아 더 단단하게 여물어가겠다. 수확의 시기인 가을철의 먹을거리는 참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가을철 소나무 아래서 머리를 내미는 귀한 송이버섯과 찬바람이 불수록 고소한 맛이 더해지는 전어를 꼽을 수 있다. 쇠고기야 때를 가리지 않는 음식이라지만, 식욕이 당기는 가을철에 숯불에 구운 부드러운 육즙의 한우 한 점도 훌륭하다. 이즈음 서해안 대하의 탱글탱글한 맛은 또 어떨까. 나들이를 겸해 가을철 대표 음식을 내건 지방자치단체의 축제로 식도락 여행을 떠나보자. 청명한 가을의 정취도 만끽하고 저렴하게 음식도 맛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즐거움이 그곳에 있다.
# 가을의 귀한 맛 송이…강원 양양·경북 봉화
오는 29일까지 강원 양양에서는 ‘양양 송이 축제’가 펼쳐진다. 송이 보물찾기, 표고버섯 따기 체험이 진행되고 양양송이명품관, VIP송이음식마당, 문화예술공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뒤이어 27일부터 30일까지 경북 울진 엑스포공원과 송이산 일원에서도 ‘울진 금강송 송이축제’가 펼쳐진다. 양양 축제에서는 송이 채취 체험과 송이 무료 시식회, 송이 경매전, 송이 생태 관찰 등 송이와 관련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봉화축제에서도 울진금강송 생태 탐방과 황금메뚜기잡이, 맛자랑 경진대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진행된다.
송이축제의 성패는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에 있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송이 시세에 달려있다. 송이값이 비싸면 축제장이 썰렁하고 좀처럼 축제 기분이 나지 않지만, 송이가 풍년이면 축제장 안팎이 온통 흥청거린다. 그렇다면 올해 송이 시세는 어떨까. 매일 달라지는 송이 시세는 공급에 따라 좌우되는데 해마다 수확량이 들쑥날쑥이라 가늠하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비관적이다. 하지만 기대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송이는 적당한 수분이 공급돼야 잘 자라는 법인데, 마침 지난 주말에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양양 일대에 비가 내렸다.
올해 송이 작황의 시작은 좋지 않았다. 양양의 첫 양양 송이 공판가격은 1등품 기준 1㎏에 82만8800원. 2017년에다 대면 두 배가 넘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이후 점차 낮아져 40만 원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수확량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송이 산지 주민들은 “이즈음의 기후는 송이가 자라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라며 풍작을 기대하고 있다.
# 서해안 전어와 대하…서천·안면도
가을 서해안의 미식을 상징하는 먹거리는 전어와 대하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살이 차고 달큼한 맛이 드는 것들이다. 홍성과 서천, 안면도와 무창포가 이들 먹거리의 집산지다. 서천 홍원항은 전어, 안면도는 대하가 간판이다. 하지만 전어가 잡히는 곳에 꽃게나 대하도 잡힌다. 그러니 이들 중 한 곳만 간대도 서해안의 가을 맛을 두루 경험할 수 있다. 다만 지역별로 분위기가 사뭇 다르니 ‘음식’과 ‘관광’의 비율을 재보고 취향에 따라 찾아가면 되겠다. 이를테면 안면도나 무창포는 먹거리보다 관광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경우에 좋겠고, 홍성 남당항이나 서천 홍원항은 먹을 것에 더 무게를 둔 여행에 적합하다.
서천 홍원항의 ‘자연산 전어·꽃게 축제’는 지난 21일 개막돼 오는 10월 6일까지 이어진다. 먹거리 중심의 작은 축제지만, 전어맨손잡기, 전통돌리체험, 보물찾기, 전어 경매 등 가족 단위로 즐길만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올해는 전어의 어획량이 신통치 않아서 예년보다 가격은 비싼 편. 하지만 다른 횟감 생선에 비해서는 그래도 저렴한 편이고, 하루 이틀 사이에 전어떼가 몰려들어 풍어를 이루는 경우도 있으니 실망하기는 이르다.
안면도 백사장항의 ‘백사장 대하축제’와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대하·전어 축제’는 오는 10월 13일까지로 개최 시기가 같다. 대하축제라고는 하지만 사실 축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건 자연산 대하가 아니라 양식 ‘흰다리새우’다. 서해안에서 펄펄 뛰는 살아있는 새우를 맛봤다면 그건 100% 양식산 흰다리새우다. 자연산 대하는 양식이 불가능한 데다 산 채로 잡을 수 없어 예외 없이 죽은 것을 판다. 대하가 흰다리새우보다 훨씬 더 비싸지만, 사실 맛의 차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양식 흰다리새우가 더 맛있다는 이가 많다.
# 한우는 가을에 제맛… 횡성 한우
한우는 특별히 제철이 없는 음식. 그래도 구태여 가을을 끌어다 대보자. 가을이 말이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면, 한우도 살이 붙지 않을 리가 없지 않은가. 고급 한우브랜드 ‘횡성한우’를 보유한 강원 횡성군은 10월 2일부터 6일까지 ‘횡성 한우축제’를 개최한다. 축제가 펼쳐지는 공간은 횡성 섬강 둔치와 전통시장 일원이다.
횡성한우야 맛은 의심할 나위 없지만, 문제는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축제 기간 중 운영하는 1500석 규모의 ‘한우구이터’에서는 시중 가격에서 20% 남짓 할인한 가격에 한우를 판매한다. 해마다 횡성군이 횡성한우협동조합과 힘을 합쳐 축제 때 판매할 물량을 대량 확보해서 저렴한 가격을 지켜오고 있다. 한우구이터는 관광객들이 직접 한우를 사다 구워 먹을 수 있는 초대형 정육식당이다. 상차림 비용이나 입장료 없이 야채와 밑반찬, 소스 등도 먹을 만큼 사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올해 축제에서는 ‘한우 통바비큐’가 처음 선보인다. 소 한 마리를 횡성 참숯으로 10시간 넘게 은은하게 구워 축제 기간 중 매일 오후 3시에 바비큐로 내놓는다. 바비큐는 120g에 1만 원 내외의 가격으로 현장 판매되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통바비큐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올해 횡성한우축제는 문화콘텐츠를 강화한 것이 특징. 축제장 중앙의 주제관은 횡성한우 역사관과 홍보관, 체험관 등으로 꾸며지는데, 이곳에서는 축제기간 한우 해체 퍼포먼스도 펼쳐진다. 퍼포먼스로 발라낸 한우를 즉석 경매에 부치기도 한다. 외국 댄스팀과 함께하는 횡성 한우 퍼레이드도 펼쳐진다. 축제장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스탬프를 찍는 스탬프 투어도 마련돼 있다. 한우 시식코너와 더덕요리 전문점도 들어서고, 한우스테이크와 어울리는 와인만을 선보이는 공간도 마련됐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