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전승훈 기자
그래픽 = 전승훈 기자
■ 뇌 속에서 찾아낸 새 비만치료제

DGIST, 오토파지에 논문 게재
비만 쥐 띠뇌실막세포 속에서
기름덩어리 과도한 축적 확인

TSPO 억제하자 지방분해 활발
AMPK ‘지방→지방산’ 쪼개줘
지방산 소비하는 ATP는 늘어
식욕은 줄고 신체대사는 증가

해당 세포에만 전달되는 약물
개발땐 획기적 비만치료 가능


비만은 암, 치매와 함께 국민 건강의 주적(主敵)이다. 개인의 행복 추구란 자유권 향상 측면도 있지만, 국가 재정 차원에서 ‘비만과의 전쟁’은 과도한 복지 예산 부담으로 돌아와, 결국 건강(의료)보험의 파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국 보건 당국은 전체 인구 대비 비만 인구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뜨리기 위해 공익 보건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려는 운동과 다이어트 등 개인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건전한 식생활과 비만 치료로 유도하는 공공 캠페인도 강력하게 시행된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암, 치매 등 난치병뿐만 아니라 비만 해소에 효과적인 약물이나 유전자·세포 치료제 개발에도 사활을 거는 이유다. ‘제대로 된 비만 치료제만 개발하면 돈방석에 앉을 것’이라는 속설도 그래서 나온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진이 최근 새로운 비만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지방분해 신(新) 후보 표적과 그 기전(機轉·mechanism, 발생 현상과 원리를 일컫는 의학용어)을 밝혀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뇌의 식욕 신호전달 신경체계를 억제하는 기존의 네거티브 접근법과 달리, 세포 내 지방 덩어리 자체를 잘게 쪼개 없애고 에너지 대사도 더 활발하게 촉진하는 포지티브 비만 해소법이란 점이 눈에 띈다. 논문은 자가(自家)포식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오토파지(Autophagy)’에 8월 30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뇌·인지 과학자인 김은경 DGIST 교수(뇌대사체학 연구센터장) 연구팀은 뇌실과 시상하부를 연결하는 띠뇌실막세포(tanycyte) 내부의 미토콘드리아 단백질 ‘TSPO(translocator protein)’가 과영양 상태에 반응해 지질(脂質·lipid) 및 에너지 대사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띠뇌실막세포는 제3 뇌실의 내벽을 덮고 있는 신경교세포(glial cells)로서, 뇌척수액을 통해 전달되는 화학적 신호(호르몬)를 시상하부 내로 전달한다. 연구팀은 TSPO를 억제하면 식욕이 줄고 에너지대사는 오히려 증가해 비만 해소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일단 고지방을 다량 섭취한 비만 쥐의 띠뇌실막세포 내에서 기름 덩어리인 지방소립(小粒·lipid droplet)이 과도하게 축적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그리고 세포 안의 TSPO를 억제하자 지질포식(lipophagy) 작용이 유도되면서 지방소립이 활발히 분해돼 에너지원으로 사용됐다.

더 자세히 보면, TSPO는 미토콘드리아의 칼슘 흡수량을 감소시키고, 그 결과 미토콘드리아 밖 세포질의 칼슘 이온 농도가 짙어지면서 AMPK 효소가 활성화된다. 이 효소가 지질포식을 유도한 것이다. 지방소립이 유리(遊離) 지방산으로 잘게 쪼개지면 이를 재료로 쓰는 ‘아데노신 3인산(ATP)’의 생산량도 증가한다. 즉, 고지방 식이 비만 쥐에게서 띠뇌실막세포 내 TSPO의 발현을 억제하면 식욕 감소와 신체 에너지 대사 증가로 체중이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논문 제1저자 김설송 DGIST 뇌·인지과학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은 “TSPO에 자물쇠를 거는 물질, 아예 지워버리는 효소 등 두 가지 방법으로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자가포식 중 지질포식 작용을 조절하는 띠뇌실막세포 내 TSPO의 역할을 규명함으로써 비만 같은 대사성 질환의 잠재적 치료 전략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며 “띠뇌실막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약물 개발이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 용어설명

뇌실(腦室·cerebral ventricles) : 대뇌·소뇌·뇌간 등 구조물로 둘러싸인 뇌 내부의 공간. 뇌척수액이 흘러 다니는 통로로, 측면의 제1·2 뇌실과 안쪽 제3·4 뇌실로 나뉜다.

시상하부(視床下部·hypothalamus) : 뇌하수체로 이어지는 부분으로, 식욕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한다. 영양소와 호르몬의 신호를 받아들여 음식 섭취, 배고픔, 에너지 항상성 등을 관장하는 뇌의 부위다.

자가포식(自家捕食·autophagy) : 세포가 내부의 오래된 구조 단백질, 손상된 미토콘드리아, 외부로부터 감염된 바이러스·세균 등을 스스로 잘게 쪼개 재활용하는 항상성 유지 방식. 미토콘드리아를 분쇄하는 미토파지(mitophagy), 지방을 없애는 지질포식(lipophagy), 단백질 골재를 해체하는 아그레파지(aggrephagy), 감염된 이물질을 제거하는 제노파지(xenophagy)로 크게 나뉜다.

아데노신 3인산(Adenosine Triphosphate:ATP) : 아데노신에 인산기가 3개 달린 유기화합물. 에너지 대사의 기초재료로, 모든 생물의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최소 단위 연료라고 보면 된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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