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역사사건 다뤘지만
개인적인 이야기 담은 작품”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2019 예테보리 국제도서전이 29일(현지시간) 나흘간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한국문학과 한국 출판에 대한 새로운 교류의 장이 됐다. 이번 도서전에서 특히 주목받은 두 작가를 만났다. 맨부커상 수상 소설가 한강 그리고 소설가 김언수. 한 작가 세미나에는 많은 이가 몰려 일부는 발길을 돌려야 했고, 북유럽 스릴러 강국답게 김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소년이 온다’를 쓰며 바르샤바에 머물 때 무너진 건물을 다시 세운 흔적과 사람들이 총살당한 흔적이 그대로 보존돼 있고, 사람들이 사시사철 그곳으로 찾아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모습을 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도 지금까지 겪은 여러 비극적인 사건을 그렇게 애도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한강 작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스웨덴 예테보리 도서전에서 열린 작가 초청 세미나에서 사회적·국가적 폭력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애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작가는 진은영 시인, 스웨덴의 시인이자 번역가인 아테나 파로크자드와 함께 ‘사회적 역사적 트라우마’라는 주제로 대담을 벌였다.
스웨덴어로 번역·출간된 한 작가의 작품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흰’에 관한 심도 있는 질문이 이어졌다. 한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쓰며 상당한 심적 고통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1980년 5월 5·18 광주민주화운동, 가까이엔 2014년 봄에 세월호 참사가 있었는데 애도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었다”며 “그런 여러 이야기를 담아서 글을 써 내려 갔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한 작가는 문학에서 정치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을 분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한 작가는 “‘소년이 온다’는 5·18이란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고, ‘채식주의자’는 한 여자를 다룬 작은 이야기 같지만 정치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우리는 정치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을 분리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 시인도 “종이 위에 글을 쓰는 일에서 안전함을 느끼다가 문득 종이 공장에서 일어나는 일이 궁금해져 알아보니 많은 근로자가 공장에서 종이를 만들다가 다치고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가장 안전하다고 믿어온 하얗고 부드러운 종이 안에도 누군가의 고통이 들어와 있듯이 사물에서 정치적인 면을 분리할 수 없다고 본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세미나를 듣기 위해 찾아온 관람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서 한국문학에 관한 현지의 높은 관심을 실감케 했다. 세미나가 끝난 후에 진행된 사인회에선 세미나에 참석한 많은 관람객이 스웨덴어로 번역된 한 작가의 작품을 가지고 와 사인을 받고 사진 촬영을 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예테보리 = 글·사진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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