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감소하는 투자·고용·생산성 및 소비가 고착화 징후를 보인다. 금융안정지수가 2016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는 한국은행의 최근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봐도 경기는 하강 중이다. 기업의 재무 건전성도 악화일로다. 올 1분기 기준으로 분기 재무제표를 공시하는 2118개 기업의 이자보상배율 4.7배는 전년 동기의 9.5배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갚아야 할 이자에 비해 영업에서 몇 배의 이익을 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그 값이 클수록 이자를 내고 부채를 감당할 능력이 크다.

보고서는 한계기업으로 분류되는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이 직전 연도 전체 외감 기업 중 13.7%인 3112개에서 14.2%인 3236개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한계기업 문턱에 있는 기업도 늘어 한계기업은 증가 추세다. 금융회사 여신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늘어나며 은행의 건전성도 위협받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서 몇 년간 이자조차 벌지 못했다면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영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매출액은 1분기에 이어 줄어들었고,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5.2%로 1분기보다 나빠졌다. 정부의 대표 경제·고용 정책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획일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 52시간 근무제 등이 모두 기업의 원가 부담을 높여 영업이익을 위축시켰다. 기업 활동 규제 완화나 철폐는 생색 수준에 그치고 새로운 규제 법안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기업들도 살기 위해선 원가 상승과 각종 규제에 대응해야 한다. 영세 중소기업은 신규 채용과 기존 인력을 줄이며 버티다가 안 되면 업종을 전환하거나 폐업한다. 어느 경우든 고용과 이익은 늘어나지 않는다.

사업 규모가 크고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은 사업 기반을 해외로 이전하는 선택지가 추가된다.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2분기 해외직접투자(FDI)는 150억1000만 달러로, 지난 1분기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도 13.3%(17억6000만 달러)가 늘고, 상반기를 기준으로 해도 지난해보다 26.7%(30억7000만 달러)가 늘었다. 외국인 직접투자 실적은 최저 수준이다.

정부가 경제 현실을 외면하고 안일한 태도로 공공부문 단기 일자리 등으로 시간을 끌다간 ‘주의’에서 ‘위기’ 단계로 바뀔 수 있다. 국면 전환을 모색할 때다. 한계기업이 가장 많은 숙박·음식업에는 최저임금 인상을 동결해 원가 부담을 줄여야 한다. 은퇴자가 특별한 기술이나 큰 자본 없이 쉽게 창업하는 업종에 한계기업이 많으니 고령자의 은퇴 시기를 늦추는 임금피크제를 활성화하고 재취업을 위한 교육 기회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도 지역별·업종별 등 생계비에 따라 차등화해 고용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플렉스 타임제를 병행해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해 재무적으로 독립한 후 일찍 은퇴하려는 욕구도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개인의 선택을 무시한 획일화가 만연하면 전체주의의 길로 간다. 기업의 제조원가를 줄여주고 규제 완화와 노동 개혁으로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국내외 기업이 신규 투자를 국내에 유치하고 해외투자를 되돌려 국내 일자리를 만든다. 핀테크나 인공지능(AI) 등 혁신성장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혁파해 젊은이들이 역량을 키우고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게 해야 한다. 미래는 그들의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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