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들 잇따라 폭력성 지적
내일 국내 개봉 앞두고 관심 커져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 ‘조커’(사진)가 전 세계 개봉을 앞두고 폭력적 묘사로 논란을 낳고 있다. 정신질환을 앓는 주인공의 폭력이 모방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에서는 코믹북 원작치곤 이례적으로 ‘R(17세 관람가)’ 등급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국내에선 그보다 느슨한 ‘15세 관람가’가 나와 등급 분류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뉴욕포스트, ABC뉴스 등에 따르면 4일 미국 개봉(국내는 2일)을 앞두고 ‘조커’의 폭력성이 도마에 올랐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역작이고, 조커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이 압도적이지만 총기 난사, 정신 불안 폭력 등 현실 속 사회적 문제들을 선동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지적이다.
영화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살았던 소시민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불우한 환경과 주위의 차별적 시선에 의해 무시무시한 악당 조커로 변해가는 걸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집단 폭행, 공권력 훼손, 총기 살인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적 행위를 여과 없이 묘사한다. 가상의 캐릭터에 감쪽같은 리얼리티를 부여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폭력을 자극하거나, 나아가 정당화한 것 같은 표현은 눈에 거슬린다.
이에 따라 미국 경찰 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뉴욕과 LA 경찰은 개봉 당일 주요 영화관 입구에 안전을 위한 경찰 병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주요 극장들도 관람객 입장 가이드 라인을 새로 만들었다. AMC 극장은 마스크나 얼굴을 가리는 메이크업을 한 관람객에게는 입장을 불허하기로 했다. 랜드마크 극장은 마스크는 물론 조커 코스튬을 입고 입장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영화 한 편 개봉에 미국이 들끓는 것은 2012년의 ‘악몽’ 때문이다. 배트맨 시리즈 중 하나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개봉했을 때 미국 콜로라도의 오로라 극장에서 영화에 자극받은 한 괴한이 총을 난사해 12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다치는 불상사가 빚어졌다. 당시 유족들은 ‘조커’ 개봉에 앞서 이 같은 안전 사태를 우려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의 반응은 폭력성보다는 작품성에 주목한 느낌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폭력성과 모방위험 등에서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다소 높음’을 부여하는 데 그쳤다. ‘조커’의 제작사 측은 “미국에서 R 등급을 받아도 국내에서는 15세를 받은 작품이 많다. 폭력성을 우려하는 시선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잔인한 장면 때문에 ‘청불’이 될 줄 알았는데 의외”라고 지적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조커’의 폭력 장면을 현실 속 폭력에 연결지어 보는 건 불공평하다”면서 “‘존 윅3’에선 주인공이 300명을 넘게 죽여도 관객들이 웃고 소리 지르는데 왜 ‘조커’만 다르게 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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