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근 인공지능연구소장

“로봇·자율주행차 등 연구강화
주제·기한 자유로운 조직 신설”


“‘포스트 딥 러닝’ 들어보셨죠? 벌써 빅 데이터의 딥 러닝 차원을 넘어 요즘에는 스몰 데이터로 동일한 효율을 얻으려는 원샷 러닝, 제로샷 러닝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대량의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 없이, 그리고 인간의 개입 없는 비지도 학습으로 가는 추세입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속도가 이만큼 빠르지요.”

이윤근(사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공지능연구소장은 최신 동향을 이렇게 소개했다. 2010년대 초반 혜성같이 다시 등장한 딥 러닝이 자연어처리(NLP), 이미지 분류 등에서 뛰어난 성능을 과시하고 있지만 경제성 면에서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것이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기계 학습이 가능할 만큼의 빅 데이터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고, 설사 확보했더라도 이를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정제 및 후속 가공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데이터를 돌려 원하는 결과를 추출하는 계산 작업에도 과도한 컴퓨팅 자원(coputational resources)이 소요된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그래서 적은 양의 데이터로도 딥 러닝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 나오고 있다.

2개월 전 취임한 김명준 ETRI 원장은 조직을 ‘국가지능화 종합연구기관’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고는 전체 조직을 인공지능연구소를 비롯해 지능화융합연구소, ICT창의연구소, 통신미디어연구소 4개의 연구소와 3개의 본부로 재편했다. 특히 원천연구에 전념할 인공지능연구소는 ‘김명준 개혁’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개혁의 전위조직으로 어떤 각오를 했을까.

“우리 연구는 반도체·컴퓨팅·소프트웨어가 중심이죠. 여기에 로봇·자율주행차·무인이동체(드론 등)·지능형 반도체 연구를 강화하고,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출시 목표가 없는 자유 연구조직 IDX플러스도 신설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공지능연구소 안에 △지능정보연구본부 △초성능컴퓨터연구본부 △지능형반도체연구본부 △지능로보틱스연구본부 △자율무인이동체연구단 △IDX+연구단으로 나뉩니다. 지능정보연구본부는 음성, 언어, 시각, 빅데이터 원천기술을 주로 봅니다. 초성능컴퓨터 본부는 AI에 특화된 고속 컴퓨팅, 지능형반도체는 AI 반도체를 연구합니다. 자율차·로봇을 연구하는 지능로보틱스 본부, 드론을 연구하는 자율무인이동체연구도 있죠. 마지막 IDX는 휴먼 증강·웨어러블 유저인터페이스(UI)·블록체인 등을 자유롭게 살펴볼 겁니다.”

이 소장은 한국의 연구 풍토 중 아쉬운 점을 묻자 “과학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주체적 연구 분위기, 그리고 정권에 따라 춤추지 않는 안정되고 장기적인 예산 지원, 기다려주는 정책 입안자”라며, “석·박사 정규직 456명의 과학자가 인공지능 선진국 대열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밤낮을 잊고 있다”고 말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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