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쌍용자동차 창원엔진공장에서 로봇을 이용해 자동으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쌍용차 제공
지난 1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쌍용자동차 창원엔진공장에서 로봇을 이용해 자동으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쌍용차 제공

부활의 구슬땀… 쌍용차 창원엔진공장 르포

공격적 신기술 투자 힘들지만
티볼리·코란도 가솔린車 추가
내연기관車 첫 ‘저공해 인증’

최소 주행거리 설계 30만㎞
시동 필요없는 ‘콜드 테스트’


10분기 연속 적자를 낸 쌍용자동차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처지다 보니, 미래차 등 신기술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기도 힘든 여건이다. 애초 내년부터 전기차를 양산할 계획이었지만, 2021년으로 일단 연기됐다. 게다가 SUV 전문 완성차업체로서 디젤차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해 온 쌍용차에 친환경 차량으로의 대전환 추세는 2중 부담을 안기고 있다.

물론 쌍용차가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쌍용차는 지난 6월 소형 SUV 티볼리, 8월엔 준중형 SUV 코란도에 가솔린 모델을 추가하며 변화를 꾀했다. 특히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SUV 최초로 국내 ‘저공해 3종’ 인증을 받은 가솔린 엔진을 코란도에 탑재했다. 순수 전기차나 수소 전기차(저공해 1종), 하이브리드차(저공해 2종)가 아닌 내연기관 차인데도 오염물질 배출이 적다는 뜻이다. 특히 코란도 가솔린 모델의 탄화수소·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주행거리 1㎞당 19㎎ 수준. 미국 배출가스 규제 중 가장 엄격한 ‘슈렙(SULEV·Super Ultra Low Emission Vehicle) 30’ 기준까지 충족한다.

지난 18일 코란도·티볼리용 1.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만드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 쌍용차 창원엔진공장 가공·조립라인을 찾았다. 비상경영 상황이지만, 창원공장 임직원들의 표정에서 무력감이나 패배 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송승기 쌍용차 생산본부장(상무)은 “창원공장은 최근 고효율 엔진 제작을 위한 혼류생산 시스템 정비를 마쳤다”며 “한번 해보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한 공장”이라고 소개했다.

창원공장은 쌍용차 엔진기술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1991년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의 기술제휴로 기술을 이전받고, 1994년 처음 디젤엔진 생산에 돌입했다. 그래서 지금도 벤츠의 엔진 품질을 갖췄다는 자부심이 있다.

창원공장 담당 민병두 상무는 “벤츠와 마찬가지로 최소 주행거리 30만㎞를 엔진 내구성의 기준선으로 놓고 설계한다”며 “품질관리 시스템까지도 벤츠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8월 말 기준 창원 1·2공장 누적 엔진 생산량은 291만5081대에 이른다. 특히 5월부터는 코란도와 티볼리용 가솔린 엔진이 제품군에 추가됐다. 엔진 1공장은 코란도 등에 탑재되는 소형엔진을, 2공장은 G4 렉스턴 등에 탑재되는 중형엔진을 제작한다. 현재 생산량은 1공장 연간 9만 대, 2공장 16만 대 등 총 25만 대다.

직원이 실린더헤드에 부품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  쌍용차 제공
직원이 실린더헤드에 부품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 쌍용차 제공

창원엔진공장은 ‘스마트 공장’을 구현했다. 크랭크축·실린더블록·실린더헤드 등 3개 가공라인은 모두 자동화율 100%를 달성했다. 제일 먼저 들어간 크랭크축 가공라인에서는 로봇 팔이 부품을 쌓고 있었다. 실린더헤드 가공라인에선 로봇 팔이 실린더헤드에 밸브가이드를 결합했다. 실린더블록 가공라인에서는 자석으로 된 바닥 레일을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는 지게차(AGV)가 완성된 실린더블록을 무인으로 옮기고 적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공라인과 달리 조립라인에는 사람이 해야 할 작업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2공장은 자동화율 60%, 1공장은 50%를 달성했다.

변진수 생산기술팀장은 “일반적으로 조립라인 자동화율은 30∼50%”라며 “창원공장은 조립라인 자동화율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1공장 조립라인에서는 생산직 근로자들이 컨베이어벨트 옆에 서서 실린더블록에 피스톤을 결합하고, 커넥팅로드(피스톤과 크랭크축을 연결하는 봉)에 볼트를 체결하는 등 작업을 하고 있었다.

조립이 끝나면 콜드(Cold) 테스트를 한다. 모터로 회전시키면서 엔진에 결함이 없는지 전수 검사를 하는데, 과거와 달리 시동을 걸지 않고 검사하므로 엔진이 뜨거워지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콜드’ 테스트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전장부품이 제대로 조립됐는지 커넥터를 꽂아 확인하는 ‘전장 테스트’까지 거치면 완성품 엔진이 만들어진다.

민 상무는 “지금 당장은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 등을 통해 연비 향상과 배기가스 감축으로 내연기관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며 “회사의 향후 전동화 전략에 맞춰 전기차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상무는 “쌍용차는 2012년 법정관리 탈출 이후 내수 판매 3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이) 쌍용차를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창원 =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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