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보고 비공개 추진, 왜?

공보준칙개정-형사·공판 강화
曺장관 개혁방안에 힘 싣는 등
文, 曺에 조직 장악할 ‘무기’ 건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다시 ‘검찰개혁 압박’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 청와대와 검찰의 대치 국면 속에서 여권의 메시지 관리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절제된 검찰권 행사’ 메시지를 낸 데 이어 28일 서초동 촛불집회 전 업무보고를 받겠다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지만, 법무부 고위급 간부들도 장관의 청와대 업무보고 일정을 사후에 알 정도로 은밀하고 갑작스럽게 추진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요즘 주요 간부들도 모르는 장관 일정이 있다”고 말했다. 전날(30일) 청와대 비공개 업무보고 자리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복수의 법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요 법무부 간부는 물론 장관의 주요 일정에 배석하는 대변인도 업무보고 일정 자체를 사후에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이 보고한 피의사실 공보준칙 개정안, 형사부·공판부 강화 방안에 대해 “필요한 방안”이라고 힘을 실었다. 청와대가 공개한 영상 자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며 입을 굳게 다무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조 장관도 다소 굳은 표정으로 검찰개혁 방안을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배석한 법무부 및 청와대 관계자들을 두루 살피며 준비한 원고를 차분히 읽었다. 이날 조 장관과 함께 자리한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비(非)검찰 출신인 황희석 검찰개혁추진지원단장, 대검에 윤 총장을 제외한 수사팀을 제안해 논란을 빚은 김오수 법무부 차관, 이성윤 검찰국장뿐이었다.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이 마주 바라보며 보고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으로부터 대검 감찰부장과 사무국장에 대한 인사 보고를 받고 장관의 뜻대로 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조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검찰 조직 장악을 위한 ‘무기’를 건넨 셈이다. 대신 자리에도 없는 윤 총장에게 “지시한다”는 표현을 써 가며 검찰개혁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야권 등에서는 27일 법무부로부터 직접 검찰개혁 방안을 포함한 업무보고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청와대의 설명과 달리 28일 대규모 촛불집회 뒤 대통령의 후속 메시지를 내놓기 위한 일정을 긴급하게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병기·김윤희 기자 mingming@munhwa.com

관련기사

민병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