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권한 축소하려면 정치적 중립성 확보해 줘야”
“진실 밝히기보다 ‘죽기살기’진영싸움으로 변질”

“曺수사 늦추면 檢 ‘권력의 시녀’비판 받았을 것”


조국 법무부 장관과 그 일가의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잇달아 ‘절제된 검찰권 행사’ ‘민주적 통제’ 등을 강조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1일 “수사 개입이자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현재 여권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이 검찰 권한 축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범죄 혐의가 있을 때 수사를 하는 게 검찰의 존재 이유”라며 “조 장관의 경우 분명한 혐의점이 있는 게 사실이고, 조사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돼 타이밍의 문제가 지적될 수 있지만, 검찰도 그 시기를 늦췄다면 ‘권력의 시녀’ ‘직무 유기’란 소리를 들었을 것”이라며 수사의 불가피성을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에 대한 문 대통령과 여당의 ‘검찰 때리기’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수사에 개입하는 인상을 주고, 여당이 검찰총장의 사퇴를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것이야말로 또 다른 국정농단이고 사법농단”이라고 말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조 장관의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수록 실정법 위반 수준의 혐의가 나오는 가운데 대통령이 우회적 개입을 택했다”며 “검찰개혁에 동의하고, 검찰 권력은 민주적 통제의 대상이 돼야 하지만 그 얘기를 누가 언제 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수사가 지나치다’는 여론을 만드는 등 수사 개입 논란이 있고, 지난 28일 대검찰청 앞에서 벌어진 집회도 정당 조직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제 진실을 밝히는 데 아무도 관심이 없고, 싸움에서 이기느냐 지느냐를 가리는 ‘죽기 살기’의 진영 싸움으로 변질된 모양새”라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도 “보수 진영에선 문 대통령의 최근 언행을 검찰에 대한 억압 내지는 수사 외압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이런 식의 대결 논리를 끌고 간다면 그토록 바라는 검찰개혁이 죽도 밥도 안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특히 “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이 대검찰청 앞 촛불집회를 사실상 독려한 것도 진영 위기의식의 발로로 보인다”며 “대통령은 민주당 정파 대표성보다 국가원수로서 통합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검찰개혁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검찰 권한 축소와 함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문제도 주요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검찰개혁에 앞서 조 장관의 거취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검찰개혁은 검찰이 권력의 시녀가 되지 않게 하는 게 제1 목표고, 두 번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축소하는 것”이라며 “이 모든 게 조 장관의 거취 문제가 제대로 처리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국민 다수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법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게 법치고, 특정인을 수사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은 법치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아무리 좋은 개혁법안이 있더라도 입시·사학 비리 등으로 조사받는 사람이 한다고 하면 명분이 서지 않는다”고 했다.

윤 교수는 “현재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통치권자가 그 구성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며 “살아 있는 권력과 제도적 분리가 되지 않으면 집권자에게 또 칼을 쥐여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검찰개혁은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축소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문제도 중요하다”며 “정권이 입맛에 따라 검찰의 힘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상황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 여권의 검찰개혁안은 검찰의 중립성 확보보다 ‘과도한 수사’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하지만 그동안 검찰이 망가진 것은 정권이 자기 편의에 따라 검찰을 쓰려 한 점이 더 큰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유민환·장병철·김유진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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