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정부,‘정권의 무덤’ 소비세 인상 단행 왜?

‘취업 빙하기’3040 세대들
다수가 비정규직·프리터로
50대 접어들면서 증세 필요

고령자층 세부담 하려는 의도
조세저항 줄이려 간접세 올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일본 정부가 1일 오전 0시부터 ‘정권의 무덤’이라고 불려온 소비세 인상을 단행한 것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사회복지예산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령화 사회에 소위 ‘취업 빙하기’ 세대가 본격적으로 50대에 접어들면서 급등한 복지 수요를 증세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재무성은 1일 홈페이지를 통해 기존 8%에서 10%로의 소비세율 인상을 적용한다고 고지했다. 재무성은 “사회보장제도의 재원은 보험료와 세금뿐 아니라 많은 빚에 의존하고 있으며 후손 등의 미래 세대에 부담을 미루고 있다”며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고 사회보장제도를 차세대에 계승, 전 세대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의 사회보장제도와 복지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지난 8월 일본 정부의 2020 회계연도 예산 개산요구는 2019년보다 약 2조3000억엔 증가한 약 105조 엔 규모였는데, 이 중 사회복지 분야에 쓰이는 후생노동성 예산이 32조6234억 엔으로 3분의 1 가까이를 차지했다. 아베 총리의 자문기구인 정부제조사회는 지난 26일 “우리(일본) 경제·사회는 큰 구조변화에 직면해 있다”며 “인구감소, 저출산, 고령화 진행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생산 및 소비의 중심이 돼야 할 일본의 30∼40대 다수가 비정규직, 프리터 등의 비율이 높은 ‘빙하기 세대’이고, 빙하기 세대가 곧 부양을 받아야 할 50대가 된다는 점도 일본이 증세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4월 일본에 대한 경제 정책 제언을 발표하고 20∼26%까지 소비세율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부채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226%로 36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OECD는 일본이 오는 2060년 부채비율을 150%까지 떨어트리기 위해서 기초적 재정수지(재정수지에서 국채 이자를 제외한 수지)를 5∼8% 흑자로 유지해야 한다고 추산했는데, 이를 만회하려면 소비세율을 20~26%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득세나 법인세가 아닌 소비세율의 인상은 사회보장제도의 수혜층이 젊은층보다 고령층, 무산자층에 몰려 있는 만큼 이들에게도 세 부담을 일정 부분 지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재무성은 “일하는 특정 세대에 재정 확보 부담이 집중되지 않고 고령자를 포함한 국민이 모두 재원을 부담하는 소비세율 증세가 일본에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증세에 대한 거부감 등 조세저항을 줄이기 위해 직접세보단 간접세를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 정부들이 증세를 전후해 정권을 내준 적이 있는 만큼, 비교적 탄탄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꼽히는 아베 정부도 각종 카드 환급 등을 통해 국민적 충격을 최대한 완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이번 증세를 통해 3∼5세 이하 유아의 인가시설 이용을 무상으로 하고 비인가 유아보육·교육시설에 조건부 보조를 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 내는 취득세 폐지, 매년 내는 자동차세 인하, 2020년 9월까진 환경부담금 경감도 추진한다. 주택 대출에 대한 감세를 실시해 공제기간을 10년에서 13년으로 연장하고, 오는 2021년 12월까지 연 가구소득 775만 엔 이하 세대에 지급하는 지원금은 30만 엔에서 50만 엔으로 인상한다. 2020년 4월부턴 고등교육 무상화를 시행하는데, 저소득세대엔 최대 수업료 70만 엔을 감면해주고, 갚을 필요 없는 학자금을 최대 연 91만 엔까지 지급한다. 또한 사립 고등학교 입학에 대한 취학지원금 상한선도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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