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호형호제 프로젝트팀 학생들이 파키스탄 칸데학교 학생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고려대 호형호제 프로젝트팀 제공
고려대 호형호제 프로젝트팀 학생들이 파키스탄 칸데학교 학생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고려대 호형호제 프로젝트팀 제공
파키스탄 칸데학교 컴퓨터 15대 기증한 정현강씨 등 4人

작년 히말라야 등반 참여
총명한 동갑내기 셰르파
열악한 교육환경 안타까워
SNS 펀드 사이트로 모금
“작은 정보 한줌이 큰 힘”


“열악한 환경의 파키스탄 아이들이 컴퓨터를 통해 보다 넓은 세계를 보고 꿈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파키스탄 히말라야 산골 학교에 컴퓨터 15대를 기증하고 ‘컴퓨터 교실’을 만들어준 대학생 4명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고려대에 재학 중인 정현강(24·사학), 김승태(25·영어영문), 신가인(25·전기전자공학), 김완수(24·노어노문) 씨. 소프트웨어벤처 창업을 꿈꾸는 이들은 정 씨가 2018년 히말라야를 등반하며 본 현지인들의 어려운 모습에 마음이 움직여 힘을 모았다고 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정 씨는 1일 “지난해 8월 히말라야 탐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당시 함께한 셰르파(안내인)가 나와 나이가 같은데도 험한 산에서 장비 없이 샌들을 신은 채 산을 오르며 생활비를 벌고 있었다”며 “영어도 잘하고 총명했던 동갑내기 친구가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껴 파키스탄 어린이들을 돕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정 씨는 “국어·수학은 가르칠 수 있는데 컴퓨터가 없어 다양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현지 교사들의 말이 늘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귀국 후 친구와 선배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것을 계기로 파키스탄 아이들에게 ‘컴퓨터 교실’을 선물하기 위해 ‘팀 호형호제(虎형虎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회공헌 활동으로 유명한 기업과 비영리재단 7∼8곳을 다녔지만, 기부금 지원을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뜻을 굽히지 않고 꾸준히 펀딩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SNS를 통해 지원을 호소한 끝에 어렵사리 목표 모금액 450만 원을 달성할 수 있었다.

지난 8월 22일에는 파키스탄 칸데(Kanday)에 있는 학교에 컴퓨터를 기증하는 결실을 보게 됐다. 히말라야 인근 해발 3000m 산자락에 있는 이 학교에 컴퓨터 15대가 들어오자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당시 학생들이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아 모니터를 손으로 두드려 보거나 ‘독수리 타법’으로 조심스레 키보드를 눌러보며 신기해했다고 정 씨는 전했다.

프로젝트에 동참한 김승태 씨는 “부모님 세대에서 영어가 힘이었다면 우리 세대에선 정보가 힘인데, 파키스탄 학교에선 태어나서 컴퓨터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아이들도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작은 정보 한 줌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씨와 김 씨는 “정말 공부하고 싶은 파키스탄 친구들이 한국에 올 수 있도록 장학재단을 만들어 등록금을 지원해보자는 계획도 세웠다”며 “아이들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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