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특허왕 등 3명 의기투합
“아동 위한 車안전용품 만들자”
사내벤처 공모 도전하며 출발
2년간 개발비용 지원받아가며
현대차 인적·물적 자원 ‘혜택’
독립후 첨단 카시트 매출10억
고급차에 쓰이는 신기술 적용
내년초엔 亞·남미지역 수출도
“후배 창업가에 희망 주고싶어”
“현대자동차 사내벤처로 출발했기 때문에 여러 기술을 축적할 수 있었고, 초기 비용도 쉽게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혜택을 받고 출발해 이만큼 성장했으니, 언젠가는 우리도 후배 벤처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9월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카시트 업체 ‘폴레드(Poled)’ 본사에서 만난 이형무(40) 대표는 현대차 벤처 육성 프로그램의 장점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날도 사무실에서 약 20명의 직원이 새로운 카시트 안전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3열로 꾸며진 사무 공간 옆에는 젊은 직원들 취향에 잘 맞을 듯한 카페형 주방도 있고, 테라스까지 딸려 있어 성공한 스타트업 느낌을 제대로 풍기고 있었다. 폴레드는 현대차 사내 벤처로 출발해 지난 4월 말 독립한 회사다.
폴레드는 2016년 유아용 안전용품을 개발하겠다고 현대차 사내벤처 공모에 도전해 당선되면서 출발했다. 이 대표와 현대차 재직 시절부터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던 최금림(41) 부사장, 안전 분야 선행연구만 10여 년 동안 계속해 온 이인주 부사장 등 3명이 모여 창업했다. 이 대표와 최 부사장은 경기 화성시 현대차 남양연구소 책임연구원이었고, 이 부사장은 의왕시 현대차 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이었다.
이들은 자동차 안에서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개발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중앙연구소에 공간을 배정받아 약 2년 동안 제품을 개발했고, 심사를 거쳐 올해 벤처 ‘졸업’에 성공했다. 특히, 현대차 사내벤처로 시작한 덕분에 숱한 충돌테스트를 거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자동차를 개발할 때 뒷좌석에 유아 형태 더미(Dummy)를 카시트에 앉힌 상태로 충돌테스트를 하는데, 우리 제품이 현대·기아차 공인 카시트로 쓰이고 있다”며 “제품 성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지만, 우리로서도 수많은 실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내벤처로 있을 때 개발 비용 지원은 물론, 현대차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 최대 장점이었다”며 “독립한 후에도 현대차에서 유아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 있으면 계속 협업하고 있는데, 공동 기술개발 등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금전적 지원보다 더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폴레드는 벨트 꼬임을 방지하는 ‘회전형 볼 가이드’ 기술을 적용한 주니어 카시트, 국내 최초로 모든 연령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올 에이지(All Age)’ 카시트 등을 개발해 카시트 시장에서 확실히 이름을 알렸다. 초기 900만 원에 불과했던 월 매출액은 지난 8월 약 10억 원까지 치솟았다. 현대차에서 분사한 지 약 4개월 만에 매출이 무려 111배로 폭증한 것이다. 손익분기점에도 거의 도달해 내년 상반기에는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에서 독립할 때 7명이었던 직원은 현재 20여 명으로 늘었고, 연말까지 10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경기 광주에 직접 운영하는 공장이 있고, 경남 창원에 별도로 외주 생산 공장이 있을 정도로 회사 규모가 커졌다. 내년 초부터는 아시아, 남미 등의 지역을 시작으로 수출도 할 계획이다.
폴레드의 최대 장점은 첨단 기술력이다. 일반 카시트 업체들이 생각하기 힘든 아이디어를 내고 연구한다. 공동 창업자들이 현대차 연구원으로 10∼15년씩 일하면서 자동차 자체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폴레드가 특허를 받은 기술 중에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하네스(Harness·벨트)’에 걸리는 하중을 분산시켜 아이가 받는 충격을 줄여주는 기술이 있다.
폴레드는 사고 발생 전에 아이들을 보호하는 선행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일례로 카시트에 전자 장비를 적용, 자동차의 전방충돌 방지 보조(FCA) 시스템에서 신호를 받아 사고가 나기 직전에 자동으로 카시트 벨트를 조여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완성차의 경우에도 메르세데스-벤츠의 ‘프리-세이프 플러스’, 기아차 ‘더 K9’의 ‘프리세이프 안전벨트’처럼 고가의 자동차에나 탑재되는 안전벨트 관련 신기술을 카시트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폴레드는 어린이 통학차량용 카시트도 개발 중이다. 통학용 차량은 허리에만 옆으로 채우는 2점식 안전벨트가 달려 있어, 아무래도 아이들을 완전하게 보호해주기는 무리다. 이에 따라 폴레드는 2점식 안전벨트에 장착할 수 있는 카시트를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현대차 사내벤처라는 좋은 제도를 통해 육성됐기 때문에 혜택도 많이 받았고, 사내벤처 출신이라는 자부심도 크다”며 “지금도 현대차 후배들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고, 나중에 더 잘 되면 현대차에서 우리가 도움받은 만큼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사내벤처가 사업성 있는 아이템을 개발해 독립하고, 또 성공해서 후배 벤처 창업가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결국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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