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다리 아파. 그만 올라갈래.” 딸아이 두 명과 아침 일찌감치 산을 오르니 여섯 살배기 막둥이 입에서 역시나 어리광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제 다 왔어. 조금만 가면 되니 힘내자.” 아직은 작고 가벼운 딸, 업어서 갈 수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가는 힘을 키워주고자 정상까지 오르게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1년 전 제 곁을 떠나신 아버지와의 어릴 적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났습니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와 제주도 한라산을 등반했죠. 당시엔 어찌나 높고 끝이 없어 보이던지, 내내 “도대체 언제 다 올라가느냐”며 아버지 바짓가랑이를 잡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저기 보이는 봉우리만 넘으면 돼.” 아버지의 말에 겨우 힘을 내 봉우리에 도착하면 또 다른 봉우리가 나왔죠. 실망하며 주저앉는 나에게, 아버지는 선의의 거짓말(?)과 격려를 반복하셨고, 결국 백록담의 맑은 물맛을 보게 하셨죠.
아버지가 저를 훈육한 시간을 곱씹어보면 그런 때가 많았습니다. 자식이 원하는 바를 무조건 들어주기보다는 스스로 해결하고 극기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고, 그렇게 해서 이룬 성공 뒤에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 안의 힘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도, 갑작스러웠던 아버지와의 이별을 이겨내는 데에도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제 두 딸의 아버지가 돼서야, 당신의 마음과 정성을 깨닫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당신은 어머니에게 배려와 사랑이 가득한 남편으로, 저에게는 자상하고 따뜻한 아버지로, 교회에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성실한 장로님으로 귀한 인생을 사셨습니다. 아버지가 많은 사람에게 뿌렸던 사랑과 인정의 씨앗은, 지금도 아버지를 좋은 모습으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주시는 위로의 열매로 제게 돌아옵니다. 오늘도 휴대전화 배경화면에 넣어둔, 당신의 웃는 얼굴을 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들 이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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