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 숙명여대 명예교수·법학

요즘 같아서는 삼척동자도 다 알 것 같은 말이 검찰 개혁이다. 대통령도 법무부 장관도 검찰 개혁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검찰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지 검찰의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지는 대통령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지난주에 대통령이 대변인을 통해서 밝힌 메시지에는 ‘특정사건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하라’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을 행사하라’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수사하고 있는데도…’ 등이 언급돼 있다. 잘 생각해 보면 결코 자연스럽지 못하고 불필요하고 매우 우려되는 표현이다. 대통령이 국가의 최고 권력기관이고 행정부의 수반이라 할지라도 수사가 진행 중인 특정 사건에 대해서 직접적 언급을 안 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검찰 개혁의 시작이어야 한다. 어떻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검찰로 하여금 구체적이고 엄격한 형사소송법의 절차대로 수사하도록 하는 것이 개혁의 내용이어야 한다. 만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수사가 혹시 법이 과도한 수사 절차를 규정해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면 그것은 국회가 법을 개정해야 하는 일이다.

그나마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 중에 귀 기울일 만한 말은 검찰이 개혁의 주체라는 표현이다. 개혁의 대상만으로 치부하지 않고 ‘개혁의 주체’가 되라는 것은, 좋게 받아들여서 스스로 반성하고 잘못된 수사 관행을 개선하고 정치권력으로부터 중립을 지키며 개혁에 매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과거에 검찰총장들이 국민 앞에서 흰 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뼈를 깎는 고통으로 개혁하겠다고 했던 모습을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개혁을 이뤄내지 못했고 권력 지향성을 과감히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검찰의 적은 과거의 검찰인 셈이다.

대통령의 수사 관련 메시지나 검찰 개혁 지시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법무 행정의 수장인 법무장관의 언행이다. 이해충돌방지의 원칙을 몰각한 행동을 하고, 자신과 관련된 사건의 수사 검사와 통화하고는 그것이 가족을 위한 인륜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에 거액 횡령 재벌의 보석신청 탄원서를 냈던 것도 인륜 때문이었다고 한다. 법치를 수호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이 법을 어기면서 인륜을 들고나오니 어리둥절하다. 대통령은 의혹만으로 장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의혹이 많고 도덕성 문제가 곳곳에서 제기되는 사람을 장관에 임명하니 더 나쁜 예가 됐고 나라다운 나라로 가는 길이 멀고 험하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이 통제받지 않고 세계 유례없는 강력한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는 법무부 장관의 말도 상투적인 표현으로,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수사권과 기소권도 단순히 검찰의 권한이 막강하므로 권한 분배의 차원에서 분리할 게 아니라, 공소 유지에 꼭 필요한 수사의 범위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 또한, 법무부 장관도 검찰총장도 똑같이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이 임명한 권력이며, 현재의 검찰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철저히 통제받으면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직 장관도 혐의가 있으면 수사하는 것 자체가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자 법치주의의 실현이다.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데 상위 권력이 불필요한 지시나 요구를 하는 것은 검찰을 좌지우지(左之右之)하려는 정치권력의 탐욕에 불과하므로 바로 이것부터 개혁해야 한다. 알맹이 없는 검찰 개혁을 외치는 촛불 앞에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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