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 20주년 ‘알라딘’ 조유식 대표 ‘정보화 변화’ 확신 과감히 몸 던져… 국내 6대 서점중 유일한 ‘스타트업’ 업체로 성공
MS·애플·구글도 대학생 때 시작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만 알면 돼
창업 초반 5~6년 적자 쌓이며 위기 매출 꾸준히 성장… 포기하지 않고 버텨
판매 서적 600만종… 큐레이션 중요 중고서점 40개 운영… IT 접목 경쟁력 확보
맨손으로, 혼자 힘으로 시작해 ‘알라딘’을 국내 굴지의 온라인 서점으로 키운 조유식 대표는 “젊어서 시작한다면 ‘전화위복’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실패하며 배울 시간이 있다”며 “새롭고 좋아하는 분야의 스타트업에 도전해 보라”고 젊은이들에게 조언했다. 신창섭 기자
인터넷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창업 20여 년 만에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을 넘어 세계 경제의 첨단과 표준을 만들어가는 ‘초특급 슈퍼울트라’가 됐다. 서른한 살에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이조스는 지구촌 젊은이의 롤모델이다. 한국의 인터넷서점 ‘알라딘’도 올해 창업 20주년을 맞았다. 아마존에서 알라딘으로 연결하는 게 비약일지 몰라도, 요즘 우리 경제는 물론 청년들의 화두가 되는 창업 및 스타트업과 관련해 둘은 그 ‘버전’이 유사하다. 한 젊은이가 맨손으로, 당대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작을 했고, 어려움을 넘어서며 성장했다. 아마존의 베이조스와 알라딘의 조유식 대표는 1964년생 동갑이다. 알라딘의 창업 20년에는 지금 청년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다. 지난 1일 서울 서소문로 알라딘 본사에서 조 대표를 만났다. 조 대표는 솔직했고 차분했으며, 현실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e커머스 분야 경영자들에게 흔한 ‘과장’이 없었다.
조 대표가 알라딘을 창업한 1999년 7월 즈음은 ‘IMF 사태’의 여파가 여전했고, 그 이전의 ‘정보기술(IT) 광풍’이 수그러들 시기였다. 창업을 꿈꾸기에 너무 파고가 높았다. 그는 당시 잡지사 기자 생활을 접고 미국 UCLA대 한국학 객원연구원으로 유학 중이었다.
“한국에선 이메일을 사용하는 것도 적을 때였어요. UCLA대에서 공부하며, 미국 여러 곳을 둘러보니 ‘정보화가 메가트렌드다’라는 느낌이 확 다가오더군요. 이미 커뮤니케이션과 거래가 이메일 등 온라인에서 돌아가는 것을 보았지요. 기자로서 ‘정보화 사회가 온다’는 기사도 써봤지만 긴가민가했는데, 정보화 시대를 피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지요.”
확신을 가진다면 ‘거대한 조류’(메가트렌드)에 이것저것 재지 않고 선뜻 몸을 던지는 것이 조 대표의 스타일 같다.
“인터넷을 활용하는 분야에 미래가 있겠구나, 거기서 사업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돌아왔습니다. 사업 경험은 전무했지만, 기자 생활하며 책을 쓰기도 했고, 책과 친하고 좋아했으며, 잡지를 만들어 보기도 했으니, 인터넷 서점을 하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설사 하다가 실패해도 아무 후회가 없겠다, 그래서 별다른 고민 없이 결정했습니다.”
그는 대화 중에 ‘재미’라는 말을 자주 썼는데, 눈여겨 둘 만하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앞서 1997년에 종로서적, 영풍문고, 교보문고 등 기존 대형서점들이 잇달아 온라인 서점을 개설한 뒤였다. ‘아마존 효과’ 때문이었다. 삼성까지 아마존과 제휴해 인터넷 서점에 진출했다. 나중에 인수·합병(M&A) 등의 과정을 거치지만 현재 비중 있는 온라인 서점인 예스24, 인터파크 등도 알라딘보다 몇 개월 앞서 문을 열었다.
“결과적으로 알라딘이 유일하게 개인이 창업한 ‘스타트업’이 된 셈인데, 그래서 살아남은 것 같아요.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어려웠으니까. 시간이 흘러 삼성도 웅진도 이 분야를 접었지만 알라딘은 살아남았습니다.”
어떻게 버텼을까.
“단순합니다. 매년 매출이 늘더군요. 새로운 플랫폼 사업이니까, 처음부터 고객의 호응이 좋았어요. 지금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적은 숫자지만 첫날 40여 명이 주문했는데 감격스러웠지요. 매출은 계속 늘고 적자는 끊임없이 줄어드니까, 시간이 지나면 그래프가 흑자로 전환되겠구나, 거기에 의지했습니다. 20년 동안 한 해도 매출이 역성장한 적이 없었습니다. 극적인 모멘텀이 있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은 게 잘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버티는 힘이었지요.”
고비가 없을 순 없었을 것이다.
“역시 초반 5∼6년이었어요. 적자가 쌓이고 빚이 그렇게 늘어날 줄 알았다면 시작 안 했을지 모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고비였지요.”
단군 이래 스펙은 최고이나 취업의 기회조차 얻기 힘겨운 청년들, 그 청년들은 그 어느 때보다 창업에의 도전, 혹은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 그는 “요즘 젊은 친구들의 환경 자체가 너무 어려워 조금 조심스럽다”고 했지만, “나의 경험으로 좁혀서, 청년 창업에 관해 말해보겠다”며 조언을 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잘 알고, 정말 좋아하는 일이 있어서 사업으로 해보고 싶다면 가급적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 실패하며 배울 시간도 있지 않은가. 대학생이라면 재학 중에 시작해 보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구글도 전부 대학생 때 시작했다. 그들이 사업경험이나 비즈니스, 마케팅은 몰랐지만, 하나는 알았다. 자기가 무얼 좋아하는지. 그걸 깊이 있게 팠다. 이들이 시작할 때도 훨씬 잘할 수 있는 기존 업계의 강자들이 수두룩했지만, 그 강자들은 아는 게 너무 많아서 안 될 것만 생각하다 끝내 하지 못했다. 나이가 어릴수록 아는 게 적겠지만, 모르는 게 복이 될 수 있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게 뭔지 모르면서 돈을 벌겠다는 욕심만으로 달려든다면 안 된다. 새로운 기술이건 새로운 판매 방식이건, 새로운 것에 꽂혔다면, 그것이 정말 좋아하는 분야라면 빨리 시작하라. 특히 우리나라는 젊은이들이 창업을 많이 하고, 해외로 많이 나가고, 더 많이 뛰어야만 경제·사회적으로 재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알라딘은 국내 소매서점 중 매출 규모에서 최근 3년간 3위를 지켰다. 1위가 온·오프라인을 겸하는 교보문고, 2위가 온라인 서점으로 분류되는 예스24다. 보통 6대 소매서점을 말하는데, 개인의 창업으로 시작해 유지해온 회사는 알라딘이 유일하다. 알라딘은 ‘인문적인’ ‘여성 친화적인’ 등의 인상을 준다.
“전략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 처음에 책이라는 게 당연히 ‘문사철’의 인문 중심이라고 생각했어요. 상당 기간 인문·사회 쪽 독자들이 몰리고 책도 그렇게 순환되는 흐름이 있었지요. 알라딘도 이제는 분야가 수험서·참고서까지 다양해졌지만, 지금도 독자들이 서평을 올리는 ‘알리딘서재’의 ‘로쟈의 저공비행’ 등을 기억하는 분이 많습니다.”
대형서점이 어떤 책을 독자들에게 큐레이션하느냐는 문제는 이들의 공익적 과제 중 하나다.
“하루 평균 250종 정도의 책이 들어옵니다. 우리가 파는 책이 600만 종 정도인데, 대형마트에서 기껏 20만 종의 생필품을 팔거든요. 책을 제외한 모든 상품을 합친 것보다 책의 종이 더 많다는 게 책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알라딘 홈페이지의 ‘알리딘서재’뿐 아니라 책 관련 커뮤니티이자 독서앱인 ‘북플’ 등은 큐레이션을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한국의 출판시장은 지난 20년간 큰 변화를 겪었고, 지금도 어떻게 바뀌어 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의 발달은 출판산업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조 대표는 지난 20년간 출판시장의 가장 큰 변화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변화’ ‘전자책의 등장’을 꼽았지만 전자책 시장의 전망에 대해서는 유보적이었다.
“국내 전자책 시장이 전체의 4분의 1 정도인데, 웹소설과 웹툰이 대부분입니다. 이를 빼면 단행본 전자책은 전체의 5% 수준입니다. 예전의 무협지 대본소와 만화방이 멸종하고 인터넷으로 이동한 겁니다. 그 시장도 거대 포털이 장악하고 있고, 상당 부분 ‘19금’ 문제도 있지요. 사실 아마존 베스트셀러 200위까지를 보면, 종이책과 아마존 전자책 단말기 ‘킨들’ 베스트셀러가 일치하는 게 거의 없습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종이책과 킨들로 즐기는 책이 따로 있다는 겁니다. 일반적인 독서에서 전자책이 자리 잡는 데 더 시간이 걸릴 겁니다.”
조 대표는 최근 독서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이 펼쳐지는, 월정액을 내고 전자책을 다양하게 보는 구독형 서비스에 대해서도 신중했다.
“단행본 전자책은 한 달에 읽을 수 있는 권수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일주일에 한 권만 봐도 훈련된 독자입니다. 여러 권 독파가 가능한 책은 역시 만화나 장르 쪽입니다. 이 분야 전자책들은 저자와의 계약이 수월치 않아요. 독자들의 경제적인 부분이나 읽는 부담을 줄이면서 접근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 대표의 선택으로 주목받은 것 중 하나는 2011년 9월 종로2가에 처음 개점한 헌책방,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진출한 알라딘 중고서점이다. 현재는 40여 개의 중고서점을 운영 중이다.
“일본에도 ‘북오프’라는 기업형 중고서점이 유명하지만, 우리는 늦게 시작함으로써 IT 기술을 접목해 검색하는 등 DB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시작하고 보니까,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헌책을 사고파는 걸 아주 재밌어 하고 좋아해 우리도 놀랐어요.”
요즘 ‘한국의 아마존은 누가 될까’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과연 알라딘은 어떤 그림을 그릴까.
“뜬구름 잡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독자와 고객들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최근 몇 년간 책과 연동된 알라딘의 ‘굿즈’가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제일 많이 팔린 책과 가장 많이 판 굿즈의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의 유전자 코드가 책이므로, 책을 중심으로 바운더리를 넓혀가면 또 다른 바운더리가 생겨날 것으로 봅니다.”
내 인생의 책 2권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논어’
■ 조 대표의 독서는
1964년 경남 진해 △서울대 정치학과 학사 △월간 말 기자 (1992∼1997) △알라딘커뮤니케이션 설립 (1998) △알라딘커뮤니케이션 대표
조유식 알라딘 대표는 책을 얼마나 볼까.
“생각보다 많이 보진 않아요. 출근하면서, 사무실에서, 화장실에서…, 여러 권을 돌려가며 봅니다. 완독 개념으로 치면 일주일에 한 권 정도일 거예요.”
어떻게 책을 선택하고 어떤 분야 책을 읽을까.
“앞서 말한 대로 책이 너무 많지요. 전문가나 선생님, 먼저 읽은 친구의 추천은 도움이 됩니다. 저는 그렇게 추천한 책에 한번 꽂히면 그 책을 중심으로 확장, 심화해 갑니다. 최근에 친구가 추천해서 일본 메이지 유신과 관련한 책을 봤는데, 근래 한·중·일의 동북아 정세와 연계해서 읽다 보니 너무 재미가 있어서 줄줄이 관련된 서적을 보고 있습니다. 한·중·일의 역사와 세계 인식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독서를 하면 그 분야는 확실하게 공부가 되더군요.”
인생의 책은 무엇일까.
“청소년기에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었어요. 그야말로 망치로 치는 것 같은, 깨어서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책입니다. 서울대 정치학과 4학년 때 학생운동의 인연으로 만난 이돈명 변호사께서 ‘논어’를 읽어보라고 하셨어요. 당시에는 시큰둥했는데, 5년쯤 뒤에 ‘논어’를 읽고 모르던 세상을 보게 됐지요. 역시 독서 버릇대로 한 5년간 ‘논어’의 세계를 확장, 심화하는 중국철학과 중국사에 빠졌고, 저의 책 ‘정도전을 위한 변명’(2006)도 그래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한 번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시집에, 그것도 ‘백석시집’에 빠져 있습니다.”
그는 “문자처럼 효과적으로 함의와 깊이를 전하는 매체는 없다”며 “책은 영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알라딘은 책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