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 서울아산병원 교수

평소에 건강을 자신하던 50대 남성이 종합 건강검진을 받고 진료실을 찾았다.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심장의 관상동맥이 60% 정도 좁아져 있어 스텐트 시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듣고 와 긴장한 상태였다. 하지만 정확한 검사를 시행한 결과, 심장 관상동맥 혈류는 정상으로 스텐트 시술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였다.

최근 CT가 보편화 되면서 이런 환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좁아진 혈관을 열어주는 스텐트 시술이 협심증 치료에 기본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하더라도 스텐트 시술이 필요한가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협심증의 치료 기준은 좁아진 혈관으로 인해 심장 근육에 피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심근허혈’이 발생한 경우다. 심근허혈을 증명하는 객관적인 방법으로는, 러닝머신과 비슷한 트레드밀에서 운동하면서 심전도 변화를 보는 ‘운동부하 심전도검사’, 약물로 스트레스를 주고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심장근육에 혈류가 떨어지는 영상을 만들어보는 ‘핵의학 단층촬영’, 약물 스트레스 후 좌심실의 운동능력을 평가하는 ‘약물부하 심장초음파검사’ 등이 있다. 혈관조영술을 먼저 시행했을 경우에는 좁아진 혈관의 혈류를 측정하는 것이 심근허혈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눈으로 봐서 혈관이 좁아져 있다고 해 모든 협착 병변에 심근허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눈으로 보기에 50% 이상 좁아진 혈관의 경우 담당의사의 주관적 판단으로 스텐트 시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실제로 50% 이상 좁아진 병변의 혈류를 측정해 보면, 절반 이상의 경우에서 정상 혈류로 심근허혈이 없기 때문에 스텐트 시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스텐트 시술은 심근허혈이 있는 환자의 협심흉통을 줄이기 위한 치료방법으로 유용하다. 심근허혈이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스텐트 시술은 오히려 환자에게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되는 스텐트 시술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최근까지 발표된 연구를 종합해보면, 당뇨병 환자가 심장혈관 세 가닥 모두에 심한 협착 병변이 있는 다혈관 질환의 경우에는 관상동맥 우회로수술이라는 외과적인 방법이 스텐트 시술보다 장기 생존율이 월등히 좋은 치료 방법으로 보고돼 있다. 여러 군데 협착 병변이 있는 다혈관 질환에서의 스텐트 시술은 환자의 나이 및 동반 질환의 여부에 따라서 전문적인 해석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협착 병변의 혈류측정을 통해서 스텐트 시술을 최소화하는 것이 새로운 치료기준이 됐다. 환자 스스로도 의사에게 “왜 나에게 스텐트 시술이 필요한가요?”라고 반드시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


◇박승정 교수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한양대와 고려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심장내과 국내 1인자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명의로 꼽힌다. △심장혈관연구재단 이사장 △前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장 △前 대한심장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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