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순창 고추장은 수출 초기에는 ‘Korean hot pepper paste’라는 브랜드로 수출됐지만, 2009년부터 ‘고추장(Gochujang)’이라는 우리의 고유 이름으로 ‘맵게 맛있는 맛’으로 전 세계인에게 각인되고 있다. 순창은 섬진강 상류, 노령산맥 줄기의 산간지대로 깨끗한 물, 햇볕, 토양이라는 발효 환경에 순창만의 전통 고추장 제조법이 어우러지고, 조상들의 지혜, 기다림의 미학, 그 과정에서 맛의 철학이 담긴 결정체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장을 직접 담갔고 장의 맛은 그 집안을 대표했는데, 지금은 직접 장을 담그는 가구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순창군이 곳곳에서 ‘장(醬) 담그기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의 맛을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선조들의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창출된 깊은 고추장의 맛과 음식 철학을 우리가 직접 접하고 느낄 수 있도록 순창군은 체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개발하고 교육부, 교육청, 공무원·기업교육 담당자(임직원 복리후생으로 고추장 만들기 체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업무 협약) 등과의 업무를 계속 추진해 나가야 한다.
소싯적 강천산으로 하이킹을 갔었다. 계곡의 맑은 물이 지금도 선명한데 돌이켜 보니 순창 고추장과 그 깨끗한 물이 오버랩된다. 깊은 산 속에서 흘러내리는 계곡 물을 보며 마음마저 맑아졌던 기억이 새롭다. 맑은 물과 순창의 고추장이 만나 더욱 깊은 맛을 내고, 고추장은 다양한 재료가 섞이는 비빔밥에서 이질적인 재료들을 두루 섞어 오묘한 맛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역시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이번 가을에 순창에 내려가 한 주간의 기쁨, 슬픔, 안타까움, 허전함, 배신감 등 모든 재료를 정조 대왕이 입맛이 없을 때 즐겨 드셨다는 순창 고추장으로 버무려 맛난 비빔밥 한 그릇을 먹은 뒤, 강천산 맑은 계곡에서 응어리를 다 흘려보내면 가을이 더욱 풍성해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