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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임(1917∼2008)

대구 아파트에 살면서 어머니를 모실 때 이야기입니다. 시골에서 태어나시고 생활하신 어머니는 하루 종일 아파트에 계시는 것이 고역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할 일도 없으시고 그래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노인정에 가시면 어떻겠냐고 권해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자존심이 강한 어머니는 “이 나이에 그런 곳에 가면 눈치 보인다”고 하시면서 거절하셨습니다. 당시 어머니 나이는 80대 후반이었습니다. 저는 “거기도 나이 드신 분이 계실 것”이라고 다시 권했습니다. 그랬더니 며칠을 고민하시던 어머니는 결국 못 이기는 척 승낙을 하셨습니다.

다음날 노인정에 모시고 갔습니다. 그날 오후 내내 제대로 적응을 하실 수 있을까 신경이 쓰였습니다. 저녁을 먹고 조심스레 노인정이 어떠냐고 여쭤보았습니다. 어머니는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처음 갔는데도 그리 어색하지 않고 모두 편하게 대해주고, 간식도 주어서 좋았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에 가족 전부 한바탕 웃음이 터졌습니다. 처음 생각과 달리 나이도 노인분들 중에 중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나이가 더 많으신 할머니도 몇 분 계신다고 하셔서 어머니의 무료한 문제는 일거에 해결되었습니다.

며칠 후 밖에서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집에 전화를 하니 집에 혼자 계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네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면서 누구였는지 여쭤보니 적어 놓았다고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연필로 ‘오성태기’라고 적어 놓으셨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소리 내 읽어보고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오성택’이라는 친구였습니다. 이제 더 이상 어머니 덕에 웃을 일도 없네요. 살아 계실 때 좀 더 잘해 드렸어야 했는데…. 이제 다시는 들을 수 없는 어머니의 목소리 그립습니다.

아들 이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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