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환 경제산업부 차장

미국 정부가 지금과 같은 형태의 식빵 판매를 금지한 적이 있다. 지금처럼 네모 반듯하게 자른 식빵은 1928년 미국의 ‘칠리코드 베이킹 컴퍼니’(Chillicothe Baking Co.)라는 회사가 처음 판매했다. 식빵의 등장은 당시 미국 가정의 식문화를 송두리째 바꿔 놓은 일대 사건이었다. 식빵이 나오기 전까지 주부들은 덩어리 빵을 가족 수에 맞게 일일이 자른 뒤 음식을 만들어야 했는데, 이게 보통 손이 가는 게 아니었다. 규격화된 식빵의 등장으로 주부들 일손은 크게 줄었고, 각종 잼과 토스트 기계 등 연관 산업도 급성장했다. ‘최고, 또는 최고의 발명품이나 물건’을 의미하는 ‘The greatest thing since sliced bread’라는 관용구가 영어사전에 등재될 정도였다.

그러나 미 농무부는 1943년 돌연 식빵 생산·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한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전시물자를 절약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자른 식빵은 빨리 상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려면 두꺼운 기름종이에 싸둬야 했는데, 기름종이는 군수물자였다. 무기 생산을 위해 쇠 한 조각도 소중한 상황에서 식빵 제조기 칼날 생산에 쇠를 낭비할 수 없다는 것도 이유가 됐다. 하지만 농무부 조치는 불필요한 행정규제이자 소비자 편익에 대한 정부 간섭이라는 소비자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결국 두 달 만에 철회됐다.

규제는 제도에서 시작된다. 제도는 시대 상황을 반영하며 나름의 제정 이유를 갖는다. 그러니 시대 상황과 환경이 변하면 제도도 그것에 맞게 수정되거나 폐지되는 게 순리다. 그렇지 않은 제도는 곧 ‘규제’가 된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식빵 판매 금지령’ 같은 말도 안 되는 규제들이 즐비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대규모 점포 개설 시 주변 상권에 대한 영향평가 의무를 대폭 강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했다. 상권영향평가 범위를 기존 ‘음식료품 위주 종합소매업’에서 의류·완구 등 ‘전문소매업’까지로 확대한 것이다. 같은 달 당·정·청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형 유통매장 출점을 아예 취소할 수 있도록 정부 훈령을 바꾸기로 했다. 야당의 반대가 심하니 국회 의결이 필요 없는 훈령을 바꾸는 ‘꼼수’를 부렸다.

정책 입안자들이 가장 생산하기 쉬운 정책은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저것 고민할 것 없이 ‘못하게 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국가의 부가가치와 생산성·효율성도 떨어지게 된다. 별다른 고민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나온 정책의 폐해다.

유통시장의 주도권은 이미 ‘온라인’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신생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급성장에 오프라인 대형마트들은 적자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간편하게 물건을 주문할 수 있고, 문 앞으로 배달까지 해 주니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대형마트도 더 이상 찾질 않는다. 과거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을 위협한 것과 같이, 이제는 온라인 기업이 전통시장과 대형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숨통을 죄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의 ‘폐해(?)’가 이렇게 크니 이제 한 달 중 2일은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을 의무적으로 금지하는 개정안도 내놓을 것인지 정부·여당에 묻고 싶다.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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