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교차 지점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서 신호 없이 다닐 수 있게 만든 시설을 ‘인터체인지(interchange)’라고 한다. ‘인터체인지’를 대체한 말이 바로 ‘나들목’이다. ‘나들목’이 1990년대 후반 신문 기사에 나타나는 것을 보면 그쯤 해서 등장한 단어로 추정된다.

‘나들목’을 ‘인터체인지’를 대체하기 위해 특정인이 새로 만든 단어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나들목’은 지명(地名)으로 일찍부터 쓰였기 때문이다. 전남 신안군 비금면 수치리를 비롯해 전국에 몇 군데 ‘나들목’이 있다.

‘나들목’은 동사 어간 ‘나들-’과 명사 ‘목’이 결합된 어형이다. ‘나들-’은 동사 어간 ‘나-(出)’와 ‘들-(入)’이 결합된 어형으로 ‘나고 들다(出入)’의 뜻이다. ‘나들다’는 15세기 문헌에도 나올 정도로 역사가 깊다. ‘나들이’의 ‘나들-’도 그러한 것이다. ‘목’은 ‘통로 가운데 다른 곳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중요하고 좁은 곳’이란 뜻이다. ‘길목, 건널목, 구들목, 노루목’ 등의 ‘목’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따라 ‘나들목’은 ‘나고 드는 좁은 곳’으로 해석된다. ‘나들목’과 같이 동사 어간 ‘나들-’과 명사가 결합된 구조의 지명에 ‘나들개, 나들보, 나들뻔지’ 등도 있으며, 그와 같은 구조의 일반어휘에 ‘나들문(--門), 나들선(--船), 나들통(--筒), 나들표(--票)’ 등도 있다. 이들 일반어휘는 모두 북한어다.

그런데 지명 ‘나들목’이 ‘인터체인지’를 대체하는 단어로 선택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인터체인지’의 의미를 고려하면 ‘입체교차로’가 어울리지 ‘나들목’은 좀 어색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인터체인지’가 다른 길로 빠져나가고 또 다른 길에서 고속도로로 들어오는 길목 역할을 하면서 ‘나들목’이 그 대체어로 선택된 것으로 추정된다. ‘나들목’이 공식적으로는 ‘국어순화자료집’(2004)에 처음 나온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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