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입장 고수하면 성과 못 내
비핵화 - 상응조치 절충점 모색
위성락 “美, 포괄합의 원칙 속
北비핵화 초기보상 고민할 것”
‘석탄·섬유 제재보류’검토說도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미·북 정상 회동 이후 97일 만에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의 닻이 올랐다. 양측이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의 재판을 막을 절충점 찾기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이번 실무협상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과 이후 장기 교착 상태를 통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경우 협상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양측 모두 학습한 상태에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양측이 기존 입장에서 한 발씩 물러선 협상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북한 비핵화의 정의와 로드맵에 대한 합의 없이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주고받는 ‘단계적’ 비핵화로 협상이 흘러갈 경우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자리 잡을 시간만 벌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활 건 미·북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도를 넘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지켜보자”며 “그들(북한)은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5일 실무협상을 목전에 둔 지난 2일, 올해 들어 10차례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에서 위협 수위를 높인 SLBM을 발사했지만 미국은 이에 대한 비난을 피하면서 미·북 대화 동력 살리기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북한 역시 실무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북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3일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협상 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미 실무협상을 하러 간다”면서 “미국 측에서 새로운 신호가 있었으므로 큰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가고, 결과에 대해서도 낙관한다”고 밝혔다.
◇아직 베일에 싸인 트럼프의 ‘새로운 방법’= 하지만 김 대사가 강조한 미국으로부터의 ‘새로운 신호’가 무엇인지는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미국은 최근 들어 ‘유연한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에 구체적으로 어떤 상응 조치를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함구 중이다. 지난달 23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방법’의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협상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북한과 일정한 타협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견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단계적 비핵화를 용인하지 않는다고 하면 북한이 돌아설 가능성이 크고, 미국 협상팀도 이를 알고 있기에 그렇게 되지 않는 협상안을 들고나올 수 있다”며 “비핵화의 최종 상태를 정의한 포괄적 합의의 문은 열어 놓되, 비핵화 초기 단계에서 초기적인 보상을 해줘서 합의가 진전될 수 있는 절충안을 고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가운데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가 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영변 핵시설 폐기+알파(α)’를 대가로 한 북한의 석탄·섬유 수출제재를 3년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 보도도 주목된다. 다만 미국이 최근까지도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는 유지한다는 입장을 비교적 분명하게 밝히고 있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北 단계적 해법 일부 수용 시 ‘핵보유국 인정 수순’ 우려 = 6·30 판문점 회동 직후 귀국 길 비행기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핵 동결을 조건으로 북한에 인도적 지원과 인적 교류 확대,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등과 같은 상응 조치를 해줄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비핵화의 최종상태 합의와 비핵화 로드맵 논의를 여전히 바라지만, 논의 진행 과정에서 북한과 일부 ‘주고받기(타협)’를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미국이 5일 실무협상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힐지 미지수지만 협상 진전을 위해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어느 정도 수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단계적 해법은 향후 북한이 추가적인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고 상응 조치의 이득만 취한 채 협상 결렬을 선언할 위험성이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포괄적인 합의 없이 단계적·동시적 해법으로 가면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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