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감사 안받아 관리 사각지대
보조금 반납 지침 회피 위해
채혈 목표량 일부러 낮추기도
혈액 수급이 연일 부족 사태를 겪는 가운데 혈액 공급 활성화를 위해 국고보조금 수백억 원이 투입된 민간혈액원의 혈액 공급실적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감사나 감사원 감사 등 외부감사도 받지 않아 관리마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보건복지부가 작성한 ‘헌혈의집 국고보조금 교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14년간 헌혈의집 사업에 교부된 전체 국고보조금 중 280억 원이 민간혈액원에 투입됐으나 헌혈실적 평균 점유율이 5.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헌혈의 집’ 사업에 투입한 금액은 총 1343억 원으로 이 중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에 1062억 원, 민간혈액원에 280억 원이 교부됐다. 교부된 금액 자체는 적십자가 많았으나 헌혈실적을 비교해보면 국고 보조금 총액 대비 79%를 지원받은 적십자가 국내 헌혈실적의 94.3%를 차지한 반면, 국고 21%를 지원받은 민간혈액원은 헌혈실적이 5.4%에 그쳤다. 국고 투입액 대비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정부는 혈액 공급 활성화 차원에서 한마음혈액원과 중앙대병원과 같은 민간 의료기관도 혈액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이후 2005년 227만 명에 불과했던 헌혈실적이 2014년에 처음으로 300만 명을 돌파한 뒤 2015년 308만 명까지 증가했으나 2017년 293만 명, 지난해 288만 명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공공기관으로서 매년 국정감사와 회계내역 공시 등의 감시를 받는 적십자와 달리 민간혈액원은 지난 14년간 별도의 외부 감사를 받지 않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일부 민간혈액원의 경우 ‘채혈목표량의 70% 미충족’ 시 보조금을 반납할 수 있도록 한 복지부 지침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채혈목표량을 낮게 잡는 등 ‘꼼수’를 동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민간혈액원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혈액의 만성 부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적십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수혈에 사용하는 혈액(적혈구제제)의 보유량이 총 3.1일분으로 적정 보유량인 5일분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O형은 2.5일분, A형은 2.8일분 등 혈액형에 따라 보유량이 3일분도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 세금이 투입된 이상 성과가 저조한 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주무부처로서 복지부도 민간혈액원을 포함해 국가 혈액사업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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