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북부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하는 가운데 4일 경기 파주시 한 양돈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파주·김포 내에 있는 모든 돼지를 대상으로 예방적 살처분 및 도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경기 북부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하는 가운데 4일 경기 파주시 한 양돈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파주·김포 내에 있는 모든 돼지를 대상으로 예방적 살처분 및 도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 돼지열병 발병 20일째

임진강 전파·DMZ멧돼지 차단
부처간 협조는 않고 책임 전가
지자체는 인력 부족 방역 한계
농장주 늑장신고도 확산 키워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지난달 16일 경기 파주지역에서 나타난 지 20일이 지났지만, 사태가 수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경기 북부에서만 바이러스가 확인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방역 당국의 허술한 대응은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6월부터 강화된 ASF 방역대책에 부처 간 협조대응이 부실했고, 양돈업자들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뒤늦게 신고하는 등 방역시스템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ASF 방역상황 점검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금까지 ASF 확산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방역 당국을 질책했다. 이 총리 지적처럼 방역 당국의 대처는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임진강 수계에 의한 전파 가능성이 발생 전부터 제기됐지만, 환경부는 지난달 17일 바이러스 최초 확인 이후 휴전선 부근 사미천과 임진강 수계 극히 일부에서만 시료 채취 작업을 진행했다.

휴전선 일대에 서식하는 멧돼지에 대한 예찰·차단도 부실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북한 지역 멧돼지가 비무장지대(DMZ)를 활보하며 다녔지만, 방역 당국은 월경 가능성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지난 2일에서야 DMZ 내에서 감염된 멧돼지 사체를 확인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국방부가 긴밀하게 방역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지만, ‘강 건너 불구경’하듯 이번 사안을 처리했다는 질책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의 농가 부실예찰과 늑장 조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11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파주시 파평의 농가는 외지의 불법 무허가 시설이었으며, 야생 멧돼지 접촉 가능성이 있는 곳이었다. 턱없이 부족한 지자체 방역인력으로 모든 농가를 찾아다니며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서정향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ASF에 감염됐다고 해서 멧돼지가 모두 죽는 것은 아니다”며 “고병원성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100%지만, 중등도 바이러스의 경우 치사율이 60∼70% 수준이라 30∼40%는 자연 회복되는데, 이런 멧돼지가 일반 농가에 내려와 확산의 매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농장주들의 뒤늦은 신고도 확산을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증상이 나타나면 무조건 신고하라는 당국 지침에도 불구하고 첫 발생 농가를 제외한 대다수가 잠복기를 거쳐 돼지가 폐사한 이후 신고를 했다. 일각에선 살처분 조치만 피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양돈업자들의 도덕적 해이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양돈업자는 물론, 방역 당국조차도 전염병이 직접 발생, 창궐해야 뒤늦게 움직이는 속성을 보여왔다”며 “이번 ASF 상황도 2011년 300만 마리의 소·돼지를 살처분했던 구제역 사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정민·김성훈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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