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면 美와 대결구도 가능성
농민단체“포기땐 책임 물을것”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개도국) 지위 포기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 20일 앞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막판까지 정부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유지 시 실익은 적고 미국과 각만 세우는 모양새가 되니 하차하는 게 낫다는 기류가 강하지만, 농민단체 반발이 여전히 거센 데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있어 결단을 내리기에 부담이 크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늦어도 오는 24일까지 WTO 개도국 지위 하차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24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마감시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6일 “WTO가 90일 내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미국 차원에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그간 ‘개도국 제외 분류 기준’(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여부 등)까지 제시해 가며 경제적 발전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압박해왔다.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문제는 미국의 제외 기준 4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점이다. 한국이 버틸 경우 미국 대 한국의 대결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내부에서는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봐야 이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가 누리는 개도국 혜택은 WTO 협정상 농업 분야 관세·보조금 일부로 제한적이고, 기존 혜택을 바꾸려면 WTO 회원 164개국이 100% 동의해야 하는 만큼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더라도 변하는 게 없을 거라는 것이다. 농업 분야 협상은 개도국과 선진국 간 견해차로 10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다.

그렇지만 정부가 쉽게 결단을 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농민단체들은 “농업인 권리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이라며 “지위 포기 시 정권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도 지난 2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제적 위치와 역할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원론적 수준의 답변만 내놨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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