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디지털稅 등 규제 조짐
참여 기업들 금융당국 ‘눈치’
韓銀 · 금융위도 부정적 입장

WSJ “일부 공개지지 재검토”
페이스북은 “내년 발행 강행”


세계 최대의 SNS 회사 페이스북의 내년 암호화폐 ‘리브라’ 발행 계획이 전 세계 주요 국가의 거센 반발로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내년 서비스 출범을 거듭 강조하고 있으나, 리브라 활성화를 위해 페이스북 중심으로 결성된 ‘리브라 협회’에 참여하는 주요 기업들도 각국 금융당국 눈치를 살피며 몸을 사리고 있는 상태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도 리브라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국 금융정책 기관들의 ‘반(反) 리브라’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에바 카일리 유럽의회 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유럽 중앙은행제도(ESCB)는 암호화폐 산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스테이블 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는 통화정책, 금융시스템 안정성, 결제와 시장 인프라의 안전성과 효율성 등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고 기존 화폐 대체재로 설계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페이스북 리브라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G7에 모인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리브라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도 리브라에 대해 “자금세탁, 테러 자금 지원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페이스북과 같은 대형 정보기술(IT) 서비스 회사에 대해 디지털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국은행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승희(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최근 제출한 리브라 대책에서 “현재로는 리브라 발행 여부와 사업 성패를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요국 중앙은행 등과 함께 국제결제은행(BIS), 금융안정위원회(FSB) 등을 통해 리브라 규제 논의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 역시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상태다.

각국 금융당국과 통화당국이 워낙 거세게 반발하자 리브라 협회에 참가 의사를 밝혔던 기업 일부도 리브라 협회 참여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으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등 리브라 협회 참여 의사를 나타냈던 금융 파트너들이 금융당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리브라 공개 지지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이를 오보라고 주장하며 수주 내 리브라 협회 공식 파트너를 확정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계획대로 2020년 리브라 발행을 강행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계획대로 진행될지 현재로는 미지수다.

유회경·송정은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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