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은 그동안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 ‘북한 유입설(說)’에 대해 과민하게 선을 그어왔다.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의 한중심에는 국방부가 있었다. 지난달 17일 ASF 국내 첫 발병 직후 북한 멧돼지를 통한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이 제기되자 국방부는 “올해 남한으로 넘어온 북한 멧돼지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후 비무장지대(DMZ)에서 멧돼지 사체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방부는 “모두 음성으로 판명됐고 멧돼지가 남측으로 월경한 사례는 없다”며 거듭 북한 연관을 차단했다.
그런데 경기 연천군 DMZ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환경부가 3일 공식 발표하면서 ASF 북한 유입 가능성은 한층 짙어졌다. 불과 하루 전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 경계시스템은 모든 게 완벽해서 북한 멧돼지는 절대 들어올 수 없다”고 답변한 것이 ‘위증’을 의심할 만큼 민망하게 됐다. 실제로 “현재 전방 9개 사단 13개소에서 일반전초(GOP) 철책이 파손됐다”는 국감 자료를 보면, 공군 출신인 정 장관이 최전방의 현실을 알기나 하는지 의문이다.
정 장관은 같은 날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에 대해서도 “9·19 군사합의에는 미사일 발사를 금지한다는 표현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조차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국가적 재난이 우려되는 돼지열병도,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SLBM도 북한 정권 눈치를 먼저 살피는 것 같다. 국방장관까지 이런 지경이니, 안보가 더욱 위태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