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김포시 임진강·한강 유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북한 돼지농장에서 창궐하던 ASF 바이러스가 임진강 수계를 통해 전파됐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방역 당국도 임진강 수계가 ASF 바이러스에 오염된 것으로 보고 헬기로 임진강 하천 변을 소독하는 한편 발생농가 3㎞ 밖의 돼지에 대해서도 수매 및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하고 있다.

4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 김포시 통진읍의 한 돼지농장에서 지난 3일 13번째로 ASF 확진 판정이 나와 해당 농장의 돼지 2700마리와 3㎞ 이내에 있는 6개 농가의 돼지 1만8000마리를 살처분했다.

앞서 지난 2일 파주시 파평면 마산리 농가에서 폐사·절식 돼지 4마리가 ASF로 확진된 데 이어 파주시 문산읍 농가에서도 3일 ASF가 발생했다.

방역 당국은 3일 파평면 발생 농가를 포함, 인근 10개 농가 돼지 1만6623마리와 문산읍 발생 농가 돼지 2257마리를 살처분했다. 파주시에서만 ASF가 5차례 발생해 33개 농가 돼지 6만824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는 파주시 91개 농가가 기르던 돼지 11만 마리 가운데 55%에 달하는 것으로, 지역 양돈산업이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농가들은 임진강과 한강에서 1∼3㎞밖에 떨어져 있지 않을 정도로 하천 변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방역 당국은 파주·연천 발생 농가 모두 임진강 변에 위치해 북한의 ASF 바이러스가 임진강 수계를 통해 널리 퍼진 상태에서 야생동물·새·곤충 등에 의해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임진강 수계와 가까운 연천군 신서면 비무장지대(DMZ)의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발견된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새끼 멧돼지는 북한 농장과 하천을 오가다가 ASF에 감염됐지만, 철책선을 넘어 남하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ASF 발생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임진강 수계 파주·김포·연천 3㎞ 밖 농가의 돼지에 대해 수매하거나 예방적 살처분을 검토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경기도가 지난달 25일 경기도방역대책본부 상황실에서 개최한 ‘전문가 참여 방역대책회의’에서도 임진강 수계에 의한 ASF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8월 장마 당시 북한에서 돼지농장 부산물(사체·분뇨·사료·짚·흙 등)이 임진강과 그 지류인 사미천·석장천·차탄천에 흘러 내려오면서 하천 변 곳곳이 ASF 바이러스에 오염된 것으로 추정돼 하천 방역을 실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임진강 변의 고인 물이나 북한에서 떠내려온 돼지·멧돼지 사체 부산물을 임진강 변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이 먹거나 접촉한 상태에서 농가 축사에 접근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방역 당국은 1일 헬기를 동원해 김포시 한강하구·해안 60㏊와 파주시 임진강·지류 하천 변 200㏊에 대해 항공 소독을 실시하는 등 하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파주=오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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