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로 돈벌면 간접 시장가치
깨끗한 공기·물·경치 등의 만족
정신적·문화적인 가치도 존재해
지금 당장 경제적 이득이 없다고
황금알 거위의 배 가르지 말아야
“뭐니 뭐니 해도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머니 (Money)’다”라는 아재 개그는 환경 문제에 있어서도 매우 정확한 표현이다. 생태계를 지키는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사람들에게 도덕적인 책무를 강조한다고 해서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쓰레기 문제를 생각해보자. 폐기물을 처리할 곳이 없고 환경도 파괴된다고 아무리 방송에서 떠들고 학교에서 교육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도입되고 분리수거가 의무화되자 매립해야 할 폐기물량은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돈 문제가 개입되면 사람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을 매기기 어려운 것들이 세상에는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여러분의 배우자나 자녀는 얼마짜리인가? 이런 질문에 선뜻 쉽게 대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연 생태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주위의 산이나 바다, 날아다니는 새나 곤충들은 도대체 얼마짜리인가? 만일 가격을 매길 수 있다면, 이것들을 보호하는 것에 사람들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 공식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생태학자들은 생태계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경제적인 혜택을 모아서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s)’라고 부르며 이의 가치를 매겨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러분 동네에 있는 산의 예를 들어보자.
밤나무가 많이 자라는 곳에서는 밤을 따서 시장에 내다 팔면 돈을 벌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직접적인 시장가치’라고 부른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입장료를 받아서 돈을 벌 수도 있고, 관광객들이 찾아와서 주변의 식당에서 돈을 벌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을 ‘간접적인 시장가치’라고 한다. 그런데 산의 가치는 이렇게 직접적으로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만이 아니다. 산이 있으므로 해서 깨끗한 공기와 물을 얻을 수 있고, 경치가 좋으니 주변에 사는 것이 만족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지금은 아무 값어치도 없을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이 산이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도 하나의 가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상의 정신적 문화적 가치도 있다. 이런 모든 것을 계산해서 생태학자들은 생태계 서비스의 총량을 계산하고 있다.
특히 21세기 들어서면서 유엔의 요청으로 과학자들이 조사한 ‘새천년 생태계(Millenium Ecosystem Assesment)’라는 보고서를 통해서 이 개념이 널리 알려졌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총 24개 지표 중에 15개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인간들이 경제발전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국내총생산(GDP)에도 계상되지 않는 자연이 주는 경제적 혜택은 실제로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1995년에 코스탄자라는 교수가 발표한 유명한 논문들 통해서 학자들에게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환경 분야에서 역대 두 번째로 많이 인용된 이 논문을 보면, 사람들이 아무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던 연안습지가 실제로는 헥타르(ha)당 9990달러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반면, 누구나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농경지는 92달러에 그쳤다. 실제로 지구 전체 생태계는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만들어낸 GDP 총량보다도 더 큰 액수의 경제적 이득을 돌려준다.
제주도에서는 제2공항 건설과 비자림 숲을 베어내고 도로를 확장하는 문제로 시끄럽다. 또 최근에는 설악산 케이블카 공사를 금지하기로 한 환경부의 결정에 반발하는 사람들도 있다. 개발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당장의 경제적 이익이 줄어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라, 사람들이 왜 제주도나 설악산을 찾는지를. 이미 십수 년 전의 일이지만, 남해와 서해안 연안습지 부근에 사는 주민들 일부는 자연보호지구로 지정되는 것에 결사반대하여 갈대밭에 불을 지르기도 했었다. 개발을 못 하니 땅값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순천시는 국가정원 순천만 덕분에 매년 수백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명소가 되었고, 이를 통한 경제적 이득은 말할 필요도 없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말라는 우화는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한국의 어른들에게 필요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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