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도봉구 오픈창동 스튜디오 종합 작곡실에서 프로듀서 화지(뒷줄 가운데)와 젊은 음악인들이 공동으로 음원을 제작하고 있다.  도봉구청 제공
지난 4일 서울 도봉구 오픈창동 스튜디오 종합 작곡실에서 프로듀서 화지(뒷줄 가운데)와 젊은 음악인들이 공동으로 음원을 제작하고 있다. 도봉구청 제공

‘대중 문화 거점’부상하는 도봉구

컨테이너 61개로 이뤄진
‘플랫폼창동 61’에 설치
방음 등 창작 환경 뛰어나

전문가·아마추어 예술가
공동작업 활발 캠프 결성
시설 입주 경쟁률 10 대 1

강남·홍대 아성에 도전장
창업·문화산업단지 추진


서울 동북부의 대표적 베드타운이었던 도봉구 창동 일대가 청년 주축의 새로운 대중 문화 거점으로 변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도봉구가 조성한 공공형 스튜디오에 젊은 음악가들이 모여들면서 음악의 생산에서 유통·소비에 이르는 선순환 체계가 구축되고 있으며, 오는 2024년 1만8000석 규모의 국내 최대 실내공연장인 ‘서울아레나’ 완공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강남과 홍대앞으로 양분된 음악 산업 기반시설과 인력이 창동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4일 서울 도봉구 지하철 1·4호선 창동역 1번 출구로 나오자 환승주차장 방향에 레고 블록처럼 쌓인 빨강, 파랑, 노랑 빛깔의 컨테이너 61개로 이뤄진 ‘플랫폼창동 61’이 눈에 띄었다. 컨테이너는 보통 건설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 휴식과 재정비를 위한 임시 공간으로 쓰이지만 이곳에서는 젊은이들이 창의력을 발휘하는 곳이었다. 젊은 음악가들이 악보를 들고 분주히 소형 공연장과 작업실 사이를 오갔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보이는 청년 여럿은 벤치에 앉아 열띤 토론 중이었다.

최근 젊은 음악가들 사이에서 명소로 떠오른 ‘오픈창동 스튜디오’는 플랫폼창동 61 하부 주차장에 있었다. 오픈창동 스튜디오는 공모로 청년 예술가를 운영자로 채용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구가 지난해 10월에 예산 3억1000만 원을 들여 완성한 이 공공형 스튜디오는 음악 제작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전체 면적은 300㎡ 규모로 해상 운송용 컨테이너 11개가 연결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컨테이너만 연결한 것이 아니라 음원 제작에 필요한 공간엔 방음처리를 하는 등 음악가들이 최적의 상태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평일 오후였지만 종합 작곡실(마스터링룸), 개인 작곡실(비트 스페이스), 촬영 스튜디오, 쇼룸, 모임 공간 등이 작업 중인 음악가들로 빈틈이 없었다.

‘오픈창동 스튜디오’가 특별한 건 단순히 양질의 시설 때문만은 아니다.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 음악가들과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아마추어들이 만나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고 작업을 하는 장소여서 더 돋보인다. 도봉구에 따르면, 오픈창동 스튜디오에는 지난해 25명, 올해 13명의 음악가가 운영자로 참여했다. 지난해엔 실제 공연을 하는 음악가들 중심으로 운영됐는데 올해는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작곡과 공연까지 할 수 있는 이들이 많이 모였다고 구는 설명했다. 지난 6월 말엔 오픈창동 활동 인원 중 6명이 ‘뮤직홀린 창작자 협동조합’을 설립하기도 했다.

음악인들의 새로운 산실로 자리 잡은 오픈창동 스튜디오 입구.  도봉구청 제공
음악인들의 새로운 산실로 자리 잡은 오픈창동 스튜디오 입구. 도봉구청 제공

이 음악가들은 일정 기간 오픈창동에 모여 공동 작업을 통해 노래를 만들어내는 ‘송캠프’를 선보였다. 송캠프를 이끄는 유명 음악가 중엔 2015년과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랩&힙합 음반상을 받은 ‘화지’도 포함돼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그는 “요즘은 작곡가 1명이 모든 것을 다하지 않고 분업을 통해 음악이 만들어지는데 주로 유명인과 인맥·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아마추어들은 참여가 어려운 편이었다”며 “송캠프에선 아마추어 음악가들이 유명인들과 공동작업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픈창동에서는 현실 여건에 구애받지 않아도 열심히 작업할 수 있다”며 “이미 많은 천재가 모였으며 이런 여건을 조성해 준 도봉구에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음악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무료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 시설 입주 경쟁률이 10 대 1에 달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20회에 걸쳐 열린 송캠프엔 350명의 음악가들이 참여해 100곡이 넘게 제작됐으며, 분기별로 파티를 열어 음악 업계 관계자들에게 직접 만든 노래를 홍보하고 있다. 지난 9월 16~20일 ‘화지’가 함께한 송캠프엔 210명의 예술가들이 참가 신청을 했고 이들 중 13명이 최종 선발됐다. 오는 11월 화지와 최종선발자들이 공동 작업한 4곡은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클럽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오픈창동 운영 성과에 고무된 구는 올해 5월 공공형 스튜디오를 확충하기 위해 창동역 동측과 서측에 있는 빌딩 2곳의 일부를 매입했고 오는 12월 이들 공간을 스튜디오로 바꾸는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창동역 동측 빌딩엔 춤 연습실, 악기 연습실, 다목적 공간, 사무실을 갖춘 137.24㎡ 규모의 ‘플레이 그라운드’가 들어서고, 서측엔 협업 스튜디오, 다목적 공간, 사무실을 갖춘 261.5㎡ 규모의 ‘뮤직홀린 파트너스’가 생긴다. 이들 공간에선 앞으로 소형 공연이 열리고 다양한 음악의 제작과 유통, 소비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구는 지난달 18일 창동 1-28 부지에 14만3735㎡ 규모로 착공한 ‘창업 및 문화산업단지’ 내에 104개의 공공형 스튜디오를 조성하는 방안을 서울주택도시공사와 협의하고 있다. 오는 2023년 5월 완공될 단지 내에 음악가들을 위한 공간을 대거 만들어 창동을 영국 리버풀, 호주 멜버른 같은 음악 도시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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