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부총리 잇따라 방문
경제지원 통해 영향력 확대


러시아 총리 및 부총리가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중남미의 베네수엘라, 쿠바를 잇달아 방문해 경제·외교적 협력관계를 강화했다. 러시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등에 대한 경제제재에 나선 틈을 노려 중남미 일대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러시아 입장에서 이들 지역은 미국의 뒷마당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6일 로이터통신 및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 부총리는 5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를 방문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마두로 정권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양국은 군사협력 관련 협약을 연장하는 한편 에너지·광업·농업·금융 등 경제 분야 전방위에 걸쳐 264개 협약을 체결하고 경제협력 관계도 대폭 강화했다. 보리소프 부총리는 “양국 간 교역 증가는 마두로 정부가 합법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타렉 엘 아이사미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러시아가 원유 수송에 숨통을 터준 데 감사를 표하며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관계는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가 겪는 제국주의 포위망과 침략에 맞서 양국 간 효율적인 정치·외교적 조율을 통해 함께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2006년 이후 베네수엘라에 170억 달러(약 20조3000억 원) 이상 차관을 제공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선거조작 의혹을 받으면서 위기에 처한 마두로 정권의 최후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보리소프 부총리의 베네수엘라 방문 직전에는 러시아의 2인자 메드베데프 총리가 역시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쿠바를 찾았다. 그는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라울 카스트로 공산당 총서기 등을 만나 여러 건의 협약에 서명했다. 특히 메드베데프 총리는 이번 방문에서 미국의 제재로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이 막히면서 극심한 연료 부족에 시달리는 쿠바의 연료난을 해소할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폭정의 3인방’으로 부르며 제재에 나선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에 대해 지지를 표시하기도 했다.

러시아 최고위층의 잇따른 중남미행은 위기에 처한 우방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사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파기 등 다방 면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실제 메드베데프 총리는 4일 쿠바 아바나에서 “러시아에 있어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은 국제협력을 위한 핵심지역”이라며 “이 지역의 안정과 경제적 효율성 확보는 러시아의 중요 관심사”라고 밝혔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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