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 순조롭게 진행
日서 출간 많은 사람 피해 예상
처음엔 책 펴내는것 생각 안해
한일관계 장래 어둡지만 않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삶을 그린 만화 ‘풀’이 마침내 일본에서도 출간됩니다. 경색된 한일관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본인이 작품을 출간할 수 있게 힘을 보탰습니다.”
만화 ‘풀’의 저자인 김금숙(48) 작가는 내년 1월 자신의 작품이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에서 출간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7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2017년 국내에서 처음 출간된 ‘풀’은 이미 영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7개 언어로 번역돼 해외에 널리 알려졌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금서’나 다름없었다. 김 작가 역시 일본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지도 않은 과거사를 다룬 작품인 만큼 일본 출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풀’의 일본 출간을 위해 시작한 크라우드 펀딩이 목표액 145만 엔(약 1620만 원)을 달성하고, 두 번째 목표액인 260만8000엔(약 2910만 원)을 향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펀딩은 ‘풀’의 일본 출간을 제안한 일본 시민 활동가 스즈키 씨 주도로 이뤄졌다.
김 작가는 “풀을 일본에서 출간한다고 생각했을 때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생각됐다. 풀은 결국 인권을 다룬 작품인데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일본 출간을 하고 싶지 않았다”며 일본 출간 제안을 받은 당시의 심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의식 있는 많은 일본 시민들이 풀 출간에 앞장서고 지원했다”며 “이들을 보면 한일 관계의 장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며 일본 출간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풀’은 올해 7월 프랑스 ‘만화 기자·비평가 협회’(ACBD)가 시상하는 아시아만화상 2개 부문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지난달에는 프랑스 진보 성향 일간지인 ‘휴머니티’가 주최한 ‘제1회 휴머니티 만화상’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작품은 만 16세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중국 지린(吉林)성 룽징(龍井)에 살다가 5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92)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 작가는 “얼마 전 이옥선 할머니가 제 작품이 일본에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셨다”며 “끔찍한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비밀로 간직하고픈 마음속 이야기를 해주신 만큼 이 작품이 일본에서도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프랑스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한 김 작가는 2011년 한국에 돌아와 제주 4·3사건을 다룬 ‘지슬’과 우리나라 원폭 피해자를 다룬 ‘할아버지와 보낸 하루’ 등 현대사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꾸준히 그려왔다. 지금은 인천 강화에서 지내며 한국전쟁 이후 한 예술가를 통해 성장하는 청춘을 다룬 박완서 작가의 소설 ‘나목’을 소재로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