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경제학 바른사회 공동대표

성공은 화려하지만 그 이면에는 실패가 있었다. 실패에서 배워야 같은 유형의 실패를 피할 수 있다.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면 실패의 손실은 ‘이중적’이다. 실패를 ‘실패학’으로 체계화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성공에 이르는 길은 미지이기에 다양한 시도를 할 수밖에 없다. 실수와 시행착오가 용인돼야 성공할 수 있다.

최근 코오롱 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인보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인보사는 퇴행성 골관절염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세포유전자 주사제’로 세계 최초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에서 추출한 연골세포(HC)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가 들어간 형질전환 세포(TC) ‘2액’을 3 대 1의 비율로 섞어 관절강에 주입하는 주사제로, 2액이 허가받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GP2-293)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거센 비판이 일었다. 급기야 인보사는 안전성과 유효성 측면에서 ‘가짜 약’이며, 코오롱은 이를 고의로 은폐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일이 터지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코오롱 자회사인 티슈진 간에 오간 공문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보자. 지난 3월 30일 티슈진은 2액 세포 기원이 신장유래세포일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를 ‘자발적’으로 미국 FDA에 통보했다. 이에 FDA는 5월 3일 인보사 미국 임상 3상에 대해 ‘임상보류(clinical hold)’ 처분을 내리고, ‘인보사 구성 성분에 대한 특성 분석, 성분 변화 발생 경위, 향후 조치 사항’ 등에 대한 소명을 요청했다.

티슈진은 FDA의 요청에 따라 8월 23일 관련 자료를 보내고, 9월 19일 FDA로부터 ‘임상보류 유지 및 자료 추가 보완’ 공문을 수령했다. 특기 사항은, FDA 9월 공문에서는 임상보류 사유로 5월 공문에서 지적됐던 3가지 조치 사항 중 ‘성분 변화 발생 경위 및 향후 조치 사항’에 대해 추가 요청 사항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임상보류 사유는 아니지만, ‘GP2-293세포의 종양원성’에 대한 답변 자료에 대해 추가 보완 요청도 없었다. 이는 FDA가 요구한 제반 의문 사항이 상당 정도 소명된 것으로 해석된다.

FDA는 추가 권장 사항으로 ‘위해성 대비 효익’을 최대화하려면 1액 연골세포(HC)로 2액 형질전환세포(TC)를 재제조할 것을 적시하고 있다. FDA는 일단 임상보류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인보사에 대해 ‘효익-위해성’ 평가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해소돼야 할 의문은, 2액의 세포 내용이 달라진 것을 ‘왜 이제야 알았는가’이다. 2액 세포의 착오 가능성을 인지한 것은 올 2월 티슈진이 유전학적 계통(STR) 검사를 하고서다. STR 검사는 DNA를 비교해 세포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2018년에 의무화됐다. 남은 쟁점은 ‘고의 또는 과실’ 판별이다. 2액의 세포 변화를 은폐했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면 고의일 수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사기를 치려고 18년 간 자본과 인력을 투자했겠는가.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는 식약처의 인보사 허가취소 결정 이후인 8월 26일 티슈진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티슈진 상장폐지는 이미 인보사를 투약받은 환자들의 사후 관리에도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 세계 바이오 시장은 최근 7년 연평균 7.7% 성장했다. 바이오산업은 반도체를 잇는 미래 먹거리다. 미국에서 임상 3상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인보사 허가취소 및 티슈진 상장폐지는 국가 바이오산업의 경쟁력 기반을 허무는 것이다. FDA 조치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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