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둘러싼 갈등은 여야의 대립을 넘어 전 국민을 양분시키고 있다. 서울 서초동에서는 조 장관 지지자들이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고, 광화문에서는 조 장관 해임을 요구하는 이들이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이 양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찬반 집회가 반복되고 국민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것도 심각한 문제지만,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집회에서 나오는 주장들이다. 조 장관의 퇴진 여부에 대한 합리적 논의나 대화를 위한 게 아니라,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주장들이 나오면서 현재 대한민국은, 최후 최대의 종교전쟁으로 불리는 17세기 유럽의 30년전쟁(1618∼1648) 당시처럼 서로를 부정하면서 적대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종교전쟁이 가장 참혹한 전쟁인 것은, 자신이 신봉하는 종교만이 옳다는 신념에 따라 상대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설령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어도 합리적 타협보다는 순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거리가 종교전쟁을 방불케 하는 것은 웬일인가? 마키아벨리가 주장했듯 정치는 권력을 쥐기 위한 투쟁의 기술이었다. 하지만 국민이 주권자로 인정되는 민주정치는 다르다. 달라야 한다. 정치권력자가 아닌 국민 대중을 위한 정치여야 하고,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직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왕적 대통령의 독선에 대한 문제 제기는 끊이지 않고,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에 대한 찬반으로 나라가 어지럽다. 더욱이 정부·여당이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직간접의 압력을 넣으면서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중단 또는 절제하라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검찰 수사는 조 장관이 주도하는 검찰 개혁에 대한 검찰의 조직적 반발이기 때문에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면 언론이 보도한 사실들,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은 모두 조작된 것이고, 법원에서는 조작된 증거에 속아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는 말인가? 과거 최순실 사태에서도 늑장 수사, 봐주기 수사에 대한 비난이 있었지만, 증거조작이라는 의혹까진 나오지 않았다. 정말로 검찰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조작할 정도라면 검찰 개혁이 아니라 검찰 폐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감추기는 어려운 게 오늘날의 정보사회 아닌가.
검찰 개혁에 대한 반발심리 때문에 검찰 수사가 더욱 깐깐해지는 것일 수는 있다. 하지만 정말로 불법이 있다면 이를 밝혀야지, 검찰 개혁을 위해 불법을 덮고 넘어가자는 게 올바른 개혁일 수는 없다. 더욱이 대규모 집회를 통해 수사 중단을 압박하는 것은 결코 민주주의도 법치주의도 아닌, 적반하장 행태일 뿐이다.
조 장관 지지 집회와 반대 집회 중 어느 쪽 참가자가 더 많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법과 정의는, 그리고 진실은 다수의 힘으로도 뒤집을 수 없는 것, 뒤집어선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와 더불어 소수자 보호를 늘 함께 강조한다. 다수의 횡포가 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해선 안 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현실이 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조 장관만이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검찰 개혁을 위해 조 장관에 대한 수사를 접어야 한다고 말해선 안 된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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