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맞벌이 가정 늘면서
시장규모 年평균 14% 급성장
즉석 삼계탕 제품 나트륨 함량
성인 1일 기준치 75% 해당돼
채소 부족에 인공색소 등 함유
영양 불균형 초래하는 경우도
열탕용·전자레인지용 구분해
조리시간·방법 제대로 지켜야
# 150대 주부 이미정(가명) 씨는 요즘 가족식단을 즉석조리식품으로 짜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학생인 딸과 고3인 아들의 취향이 제각각인 데다 가족이 한데 모여 식사할 시간도 적어 기본 밑반찬 말고는 국이나 찌개를 미리 준비해 놓지 않는다. 카레와 짜장 같은 즉석식품을 사다 놓으면 각자가 알아서 조리해 먹는다. 밤늦게 퇴근하는 남편도 집에서 직접 지은 밥보다 즉석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 2혼자 사는 30대 회사원 김은영(여·가명) 씨도 집에서 음식을 조리해 먹는 일이 드물다. 아침은 집까지 배달되는 신선 채소와 제철 과일로 끼니를 때우고, 점심과 저녁은 웬만하면 직장에서 해결한다. 특히 ‘혼밥’할 때가 많은 점심은 편의점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같은 즉석섭취식품으로 간단히 해결하는 경우가 흔하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집에서 간편하게 조리해 식사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이 인기를 끌면서 제품의 영양 불균형과 과다 포장 등의 소비자 불만 사례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국내 HMR 시장 규모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4.3%씩 성장해 지난해 3조2164억 원에 이른 데다 2022년이면 5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도 전망돼 현명한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의 불만 제기도 점점 늘 것으로 관측된다.
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유통된 HMR는 도시락과 김밥 같은 즉석섭취식품이 52.1%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는 즉석밥과 카레·짜장 같은 즉석조리식품(42.0%), 샐러드와 포장 과일 등 신선 편의식품(5.9%) 등 순이었다. 특히 신선 편의식품은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48.3% 늘어 품목 가운데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졌고, 즉석조리식품(38.0%)과 즉석섭취식품(7.9%)이 차례로 뒤를 따랐다. 새벽 배송 등 유통망의 발달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층이 늘면서 신선 편의식품과 즉석조리식품의 소비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지난 8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행한 ‘2019 가공식품 세분 시장 현황(간편식 시장)’을 보더라도 현대인의 생활양식에 맞춘 즉석조리식품의 소비가 많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즉석조리식품 소매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즉석밥은 판매액이 전년 대비 28%(1017억 원) 증가한 4660억 원을 기록했다. 국·탕·찌개류의 소비도 늘어 지난해 처음으로 판매액 1000억 원대를 넘어섰다.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는 HMR 관련 인기 검색어 상위 20개 품목에 식사대용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즉석조리식품이 57.8%를 차지했다. 온 식구가 함께 식사하던 ‘식탁 문화’에서 혼자 식사하는 ‘혼밥 문화’가 확산하고 물가상승에 따른 외식비 부담도 커지면서 집에서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HMR 소비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HMR의 영양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직접 신선한 식재료를 사서 조리한 음식이 아니다 보니 맛과 식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당뇨와 비만 발생 등 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곰탕과 삼계탕 같은 HMR 보양식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지만, 일부 제품에서 나트륨 함량이 너무 많은 것으로 조사돼 관리·감독 당국으로부터 개선조치까지 내려졌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7월 국내에서 유통되는 즉석 삼계탕 14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나트륨 평균 함량이 성인 1일 기준치(2000㎎)의 75%에 해당하는 1457㎎에 달하는 제품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부 제품에서는 표시된 영양성분의 함량이 실제 함량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한국소비자원은 분석했다.
HMR 제품의 과다 포장과 포장재 안전에 대한 문제 제기도 늘고 있다.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부피가 작은 과일도 커다란 상자에 보랭재까지 담아 배송하는 등 넘쳐나는 포장지로 인해 소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합성수지로 만든 대부분의 포장재가 재활용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직장인 김은영 씨는 “편의점에서 사 먹는 도시락과 햄버거 같은 즉석섭취식품의 경우 전자레인지 전용 용기가 아닌 포장지 째 데워 먹는데, 몸에 해로운 성분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 먹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즉석섭취식품을 데울 때 ‘열탕용’인지 ‘전자레인지용’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조리시간이나 방법 등 포장지에 기재된 조리법을 잘 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HMR가 ‘엄마의 노동 가성비’를 만족하게 할지 몰라도 식품 안전 등에 있어 제품이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쉽게 퇴출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경숙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즉석식품이나 가공식품은 채소나 과일이 부족한 데다 인공색소 등의 화학 물질이 과도하게 함유돼 있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들도 무조건 가공식품을 선호하기보다는 단백질이나 비타민 등이 풍부한 신선한 재료를 자주 섭취해 부족한 영양소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