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계 “손해율 상승은 의료현장 ‘도덕적 해이’탓”

KDI “실손 보험금 6% 감소”
건보급여 늘며 보험사 지출↓

“손해율 산정 방식 등 공개해
상관성 규명위해 정보공유를”

보험업계 “健保보장성 강화로
의료 이용량 증가해 손해율↑”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민간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증가를 초래했다고?’보건당국과 민간 보험업계가 이 같은 물음을 둘러싸고 때 아닌 논쟁을 벌이고 있다. 민간 보험업계는 “보장성 강화로 손해율이 더 올라가는 ‘풍선효과’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반해, 보건당국은 “보장성 강화로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고, 손해율이 확 떨어지지 않는 것은 의료 현장에 만연한 비급여 진료 선호 현상 등 도덕적 해이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근본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비공개 정보인 민간 보험사의 손해율 산정 방식 등을 공유하고 상관 관계를 규명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오고 있다.
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진행해 공개한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에 미치는 영향분석’ 연구에 따르면 건보 보장성이 강화될수록 오히려 민간 보험사의 손해율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이 확정된 보장성 강화 관련 정책으로 인해 실손 보험금 6.15%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건보 보장성 강화로 비급여 항목 일부가 급여화되면서 실손보험이 지급해야 했던 부분이 줄어들어 민간 보험사들의 지출이 줄었다는 얘기다.

현재 보험사의 방식대로 산정된 손해율을 건보 보장률과 비교해봐도 보장성 강화 탓이라고 단정할 근거가 희박하다. 지난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실손보험 손해율은 131.3%에서 121.7%로 10%포인트가량이나 낮아진 데 반해 이 기간 건보 보장률은 62.6%에서 62.7%로 소폭 높아졌다. 보장성 강화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늘어난다면 보장률이 확대될수록 손해율도 높아져야 하는데, 반대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또 2012년과 2013년 사이에는 민간 실손보험 손해율이 112.5%에서 115.5%로 높아졌는데 이 기간 건보 보장률은 62.5%에서 62.0%로 낮아졌다. 국내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율 산정 방식이 해외에 비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보험사는 손해율 산정 시 이른바 ‘위험보험료’라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위험보험료 방식은 보험사가 보험료로 벌어들인 돈 중에서 가입자에게 보험금으로 지급한 돈을 따지는 기본적인 손해율 산정 공식 가운데 분모에 해당하는 보험료에서 ‘부가보험료’ 항목을 빼는 방식이다. 순수하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때 재원이 되는 돈을 따진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부가보험료에는 보험 설계사 등이 떼가는 사업비와 판매비, 마케팅비 등 관리비용과 이윤 등이 포함된다. 이렇게 각종 비용을 빼다 보니 모수가 작아지면서 100%를 훌쩍 뛰어넘는 손해율이 산출되기 십상이다. 이런데도 보험사는 실손보험의 판매와 영업은 계속하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분야 관계자는 “설계사 위주의 영업방식 등 국내 특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비공개로 묶어 놓고 납득할 만한 설명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 보험사의 손해율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진짜 원인은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 보험사 관계자도 “보장성 강화 정책보다는 의료 현장의 비급여 진료 확대 등 도덕적 해이가 손해율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분야 관계자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설정해두는 법정본인부담금을 비롯해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를 보장하는 실손보험 상품구조의 문제”라며 “또 민간 보험사들의 주장대로 보장성 강화가 손해율과 연관이 있다고 하면 그 관계를 검토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 공유가 이뤄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보장성 강화로 국민의 병·의원 이용이 늘어난 것이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높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장성 강화로 ‘의료 쇼핑’이 증가하고, 경영 악화를 겪는 병·의원에서 비급여 진료를 늘린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를 감안한다고 해도 실손의료보험 청구금액의 본인 부담금액이 지난해 1분기 모두 5003억 원에서 올 1분기 6302억 원으로 늘어난 것을 보면 기본적으로 ‘의료 쇼핑’이 늘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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