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그분을 ‘이리할머니’라고 불렀습니다. 지금은 익산시가 됐지만 원래 지명은 이리시였던 먼 지방 소도시에 혼자 사시는, 어머니의 이모님이셨습니다. 할머니는 자식도 없이 혼자 되신 후, 정 붙일 곳이 없으셔서 그러셨는지 조카 손주인 저희 형제들을 귀여워하셨습니다. 대전에 있는 저희를 보러 자주 오셨지요. 조그맣고 여윈 체구에 힘드실 텐데도 오실 때마다 이것저것 음식을 해오셔서 저희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시곤 하셨습니다. 저희도 할머니 댁에 자주 놀러 갔지만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고 취직까지 하면서 왕래는 뜸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의 이웃들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셔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우시다는 것이었습니다. 돌봐드릴 자식도 없고, 성당에 다니시는 것 말고는 늘 혼자 계시니 초기에 치료할 기회도 놓치셨나 봅니다. 그렇게 정답고 살가웠던 할머니가 갑자기 딴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성치 않으신 할머니를 혼자 두고 올 수 없어 요양원에 입원시켜 드리고 서울로 돌아왔지만 더 이상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몇 년 후 어느 겨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빈소를 지킨 게 저희가 할머니를 위해 마지막으로 해드린 일이었습니다. 보고 싶어도 이제는 영영 뵐 길이 없는 할머니가 저세상에서라도 외롭지 않고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카 손주 이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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