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프로그램 덕에 ‘삼시세끼’가 익숙한 말이 됐는데 이 말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금 의아한 구석이 있다. 세 때는 ‘아침’ ‘점심’ ‘저녁’을 일컫고 이것이 세 끼를 가리키기도 하는데 이 중 점심이 유독 튄다. 아침과 저녁은 본래 때를 가리키는 고유어인데 점심은 한자어이기 때문이다. 아침과 저녁 사이를 고유어로는 ‘낮’이라 하고 그 한가운데를 ‘한낮’이라 하는데 그것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한자어 ‘점심’이 어색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사전에서는 ‘점심’을 ‘하루 중에 해가 가장 높이 떠 있는 때’를 첫 번째 뜻으로 풀이하고 있지만, 한자 ‘點心’에는 이러한 뜻이 전혀 없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이 단어를 쓰지만, 음식을 가리키는 말로만 쓴다. 점(點)과 마음(心)으로 이뤄진 단어이니 ‘마음에 점을 찍다’ 혹은 ‘마음의 점’ 정도의 뜻밖에 되지 않는다. 본래 점심은 가볍게 먹는 간식이나 과자류 같은 식품을 뜻하는 말인데 중국과 일본에서는 본래의 용법대로 여전히 이런 뜻으로 쓰이고 있다.

우주의 조화에 따른 삼시는 결코 변하는 법이 없으니 삶의 모습이 어휘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이 삶이니 해가 뜨고 질 무렵의 ‘이시두끼’는 필수다. 그러나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낮 동안의 한 끼는 사치일 수도 있고, 설사 먹더라도 마음에 점을 찍는 정도로 가볍게 먹어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삼시세끼가 가능해진 상황이 됐을 때는 ‘한낮밥’이 쓰여야겠지만 그 자리를 한자어가 파고든 것이다.

세 끼를 때우는 것조차 버거웠던 시절이 있었지만 요즘은 느지막하게 ‘아점’이나 ‘브런치’를 먹을 정도이니 삼시이끼도 가능하다. 시도 때도 없이 주전부리를 먹을 수도 있으니 ‘무시다끼’도 가능하다. 많이 먹어서 병이 되는 시대, 마음에 점 정도로 가볍게 먹는 ‘점심’의 뜻을 곱씹어 보는 것도 좋겠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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