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정청, 2025년 폐지 협의

재지정 평가후 지정취소 방식
집행정지 신청에 제동 걸리자
특목고 설립근거법 폐지 검토

공정성 강화 목소리 커지자
대통령공약 밀어붙이기 논란

해당 학교·학생들 강력 반발
교육현장 이념논쟁 촉발 우려


당정청이 ‘단계적 폐지’라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오는 2025년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일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육계에 큰 혼란이 일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의혹을 계기로 ‘교육 공정성 강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이를 ‘발판’ 삼아 학생·학부모 반발로 제동이 걸렸던 대통령 공약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4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당정청은 지난 9월 18일 국회에서 개최한 협의회에서 이 같은 방안이 담긴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괄 일반고 전환’ 계획을 안건으로 다뤘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2025년 3월부터 자사고와 특목고인 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이들 학교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실시하고, 설립취지에 어긋나는 학교를 ‘지정 취소’해 일반고로 전환하는 식으로 단계적 폐지를 진행해 왔다. 이에 올해 전국 42개 자사고 중 24곳이 재지정 평가를 받았고 최종적으로 10곳이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법원이 자사고 측이 낸 지정취소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자사고 폐지 정책은 제동이 걸린 상태다.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오는 향후 2~3년까지는 일반고로 ‘강제 전환’되는 자사고가 한 곳도 없게 된 셈이어서, 여당 일각과 진보 성향 교육단체에서는 “평가를 해 누군 살리고, 누군 죽일 게 아니라 일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사고와 특목고의 근거법이 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없애 한 번에 폐지하자는 주장이다.

당정청은 일괄 폐지로 최종 결론낼 경우 이르면 연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국회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야당이 반발한다 해도 밀어붙이기가 가능하다. 학교 측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이들 학교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실시하는 대신 자발적인 일반고 전환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고 전환 학교 대상의 지원금 규모를 확대하고, 일반고 전환 후에도 동일한 학교 명칭을 사용하도록 하는 ‘당근책’도 검토한다.

하지만 극심한 사회적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고, 교육 정책의 안정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학생·학부모들은 격렬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 ‘수월성 교육이냐, 평등성 교육이냐’라는 교육계의 해묵은 논쟁을 재점화한다면 학교가 이념 갈등의 장으로 변질될 거라는 비판도 나온다. 자사고 확대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만큼 정치 갈등으로 옮겨붙을 가능성도 크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조 장관 딸의 입시 비리로 벌어진 교육 공정성 논쟁을 엉뚱한 곳에 풀려 하는 것 같다”며 “5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둔다고 하지만 전국 수십 개의 학교를 일시에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것은 학교, 학생, 학부모 모두를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 7월까지도 “일괄 전환하려 했다면 정부 출범 초기에 했어야 했다(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며 일축해왔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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