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가 국내외 41개 기관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을 집계한 결과 10월 기준으로 1.9%로 나타났다. 3개월 만에 0.2%포인트 추락한 것으로 정부의 수정 전망치보다 0.5%포인트나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산한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27개월째 하락 중이다. 지난 연말 약속했던 올 성장률은 2.6∼2.7%였는데 날개 없이 추락하고, 설비투자는 1% 증가 목표에서 11.7% 감소, 수출 증가율은 3.1% 증가에서 9.8% 감소(8월 또는 9월 말 기준)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국민 앞에 백배사죄부터 해야 한다. 민간기업 같으면 경영진이 총사퇴해야 할 실적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진단과 대응은 정반대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13일 브리핑에서 “한국경제는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30-50 국가’ 중 성장률이 둘째로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수석은 “경제 하강 원인은 반도체 경기와 세계 경기 둔화 때문”이라며 “경기 사이클을 무시하고 일부 전문가들이 경제위기를 너무 쉽게 얘기하는 건 무책임하다”고도 했다. 경제의 숲은 말라죽어 가고 있는데 몇 그루의 그럴듯한 나무만 보고 진실을 외면하자는 궤변이다. 경제가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선진국과 갈 길 먼 한국경제를 단순비교하는 것도 황당하지만, 곳곳에서 경제의 기초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남 탓’을 한다.

최저임금의 과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의 무차별 도입 등 소득주도성장에 더해 탈원전 등 국익 자해(自害) 정책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 세금을 창출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투자 엑소더스도 심각하다. 천문학적 재정 투입을 하고 있음에도 민간소비 위축 속에 소비자물가는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사상 초유의 디플레이션 공포까지 확산 중이다. 오죽하면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문 대통령의 진보 정책이 한국경제에 위협이 되고, 한국 젊은이들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는 논평을 냈겠는가. 정부는 실패를 인정하고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 경제 선방이라는 환상과 궤변을 버리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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