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의회의 갈등이 연일 격화하고 있다. 브렉시트를 완수하겠다는 뚝심이 불통으로 이어지면서 존슨 총리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뉴시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의회의 갈등이 연일 격화하고 있다. 브렉시트를 완수하겠다는 뚝심이 불통으로 이어지면서 존슨 총리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뉴시스

- 英 보리스 존슨 총리 ‘분열의 리더십’

브렉시트 추진중 반대파 출당·의회 정회 등 초강경 드라이브…“민주주의 본산 英 의회에 폭탄 투하” 비난 빗발

구겨진 양복·배낭·자전거 출근
친근하고 소탈한 이미지로 인기

합의 불발에도 밀어붙이기 지속
유럽 지도자들 한목소리로 비판


의회 민주주의의 발원지인 영국에서 최근 대의제에 대한 회의가 급속도로 커졌다. 하루가 멀다하고 의회에서 고성과 막말이 난무했던 상황과 무관치 않다. 공교롭게 15일 현재 보리스 존슨 총리가 집권한 이후 84일 동안 의회의 심각한 상황은 일상이 됐다. 얼마 전에는 존슨 총리가 야당 의석을 향해 삿대질을 하자 야당 의원들이 그에게 “우~” 소리를 내며 야유를 보내는 장면이 생방송을 탔다. 존슨 총리의 연설 도중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반발한 여당 의원이 야당으로 의석을 바꿔 직접 탈당을 시위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가열된 분위기에 존 버커우 전 하원의장이 “오더! 오더!(정숙)”를 거듭 외치는 일이 잦아졌다. 이런 의회 풍경에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가 의원들을 침팬지로 묘사한 작품 ‘위임된 의회’가 다시 주목받기까지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영국을 대표하던 민주주의가 이제는 영국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분열의 중심에 존슨 총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브렉시트가 예정대로 단행되지 못하고 법안이 표류하는 상황에 존슨 총리의 불통이 의회를 파국으로 내몰았다는 설명이다.

존슨 총리의 좌충우돌 리더십에 대한 국내외의 비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브렉시트는 오는 10월 31일 예정돼 있는데 이후 국가의 나아갈 길은 그의 리더십처럼 오리무중을 헤매고 있다.

◇‘강경 브렉시트파’ 이미지로 당선 = 존슨 총리는 2016년 국민투표 전 브렉시트 운동인 ‘보트 리브’에 참여하며 친브렉시트파 핵심 인사로 자리 잡았다. 런던 시장 시절 친근하고 소탈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인기를 끈 존슨 총리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탈퇴파가 승리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바 있다. 이후에도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방법을 둘러싼 의회 논의과정에서 EU와의 완전한 단절을 주장했다. 이 같은 활동으로 존슨은 유권자에게 두 가지 이미지로 기억됐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며 구겨진 양복 차림에 배낭을 메고 다니는 더벅머리 ‘보리스’는 브렉시트를 완수해줄 차기 총리 후보가 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모두 브렉시트를 추진하다가 끝내 마무리를 못 짓고 총리직에서 물러난 만큼 브렉시트 합의안과 관련한 의회 내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존슨은 뚝심 있게 브렉시트를 밀어붙일 적임자로 꼽히며 총리로 당선됐다. 당선 전부터 지금까지 존슨 총리는 합의가 있든 없든 예정된 브렉시트를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집권당 반발로 흔들린 리더십 = 이같이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존슨 총리는 취임 전부터 반발에 부딪혔다. 총리 교체 전부터 여당인 보수당 내에서 반대 여론이 거셌다. 결국 취임 전 앨런 덩컨 외교부 부장관, 마고 제임스 문화부 부장관, 데이비드 고크 법무장관, 로리 스튜어트 국제개발부 장관 등 보수당 내각 인사들은 ‘노딜’이 영국 경제에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며 줄사퇴했다.

취임 후에도 내각과 하원에서 문제가 이어졌다. 앰버 러드 영국 고용장관과 조 존슨 기업부 부장관이 사퇴했다. 존슨 총리의 친동생인 조는 “최근 몇 주 동안 가족 충성심과 국가 이익 사이에 한 몸이 두 갈래로 찢겨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른바 보수당 내 반란파도 생겼다. 필립 해먼드 전 재무장관과 고크 전 법무장관, 하원 최장수 현역 의원인 켄 클라크 전 재무장관, 윈스턴 처칠의 외손자 니컬러스 솜스 경 등 당 원로·중진을 포함한 21명이다. 이들이 당론과 달리 ‘노딜’ 방지법안에 찬성표를 던지자 존슨 총리는 즉시 이들에게 출당 조치를 내려 또 비난을 받았다.

◇일방적인 의회 정회 요청, 위법 판결 =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예정일인 31일 안에 EU를 탈퇴하기 위해 갑작스레 의회 정회를 요청하면서 비판은 정점을 찍었다. 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새로운 국내 의제를 도입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 달간 의회 정회를 요청한 바 있다. 브렉시트라는 중대한 사안을 남겨둔 채 의회 문을 닫는 선택은 정치권 전반으로부터 비난을 샀다. 의회가 개입할 길을 열어주지 않고 ‘노딜’을 밀어붙이겠다는 노림수로 비쳤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을 통해 “세계에서 존경받는 의회 민주주의의 본산 영국 의회에 존슨이 폭탄을 던졌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를 불편하고 느리다는 이유로 틀어막는 것은 독재자”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존슨이 잔악한 본성을 드러냈다”고 했다.

영국 대법원은 의도적인 의회 정회 조치에 ‘무효’ 결정을 내렸다. 브렌다 헤일 대법원장은 “의회가 브렉시트 관련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막았고, 민주주의 핵심에 극단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법적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로 존슨 총리는 영국 민주주의에 오점을 남겼다는 평가와 함께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여왕까지 끌어들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판결 후 야권에서는 브렉시트 찬반 진영 모두 존슨 총리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국가를 잘못 인도한 존슨은 즉각 사임하라”고 요구했다. ‘노딜’ 찬성파 나이절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도 “의회 장기 정회는 최악의 수였다”며 존슨에게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사의를 표하라고 주장했다.

◇계속되는 ‘노딜’ 예고에 EU 지도자들도 비판 = 존슨 총리가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브렉시트를 단행하겠다고 숱하게 경고하자 유럽 지도자들은 영국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의회 집행위원장과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꾸준히 영국 정부에 브렉시트 탈퇴 해법을 요구해왔다. 존슨 총리가 영국을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백스톱(안전장치)의 폐기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존슨 총리에 대한 화를 참지 못하고 비판한 지도자들도 있다.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는 존슨 총리와 정상회담 후 자리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 문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영국이 만든 문제가 EU 전체에 일반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존슨이 영국 국민의 미래를 붙잡고 있고 영국에 살고 있는 많은 EU 시민들의 삶도 그의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도 ‘노딜’을 우려하며 “존슨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성스캔들·성차별적 발언도 논란 = 서구권에서는 정치인의 사생활을 개인의 영역으로 존중하며 공적 활동의 평가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편이다. 존슨 총리도 이전부터 여성편력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이는 영국 사회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런던 시장 재임 중 공적 자금으로 모델 출신 여성 기업인 제니퍼 아큐리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은 상황이 달랐다. 여기자를 성추행했다는 미투 폭로도 나왔다. 칼럼니스트 살럿 에드워즈는 존슨 총리가 잡지 ‘스펙테이터’의 편집장이던 1999년 자신의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린 후 주물렀다고 주장했다. 성차별적 발언도 논란이다. 존슨 총리는 최근 캐머런 전 총리를 향해 “여자 같은 공붓벌레”로 지칭한 바 있다. 옥스퍼드대에서 최우등 졸업 학위를 받은 캐머런 전 총리를 비꼬는 발언이다. 하원에서도 코빈 노동당 대표를 지칭하면서 “총선을 요구해라, 이 ‘나약한 남자’야”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


나이 : 55
학력 : 이튼스쿨, 옥스퍼드대
이력 : 더타임스 기자, 데일리 텔레그래프 벨기에 브뤼셀 특파원, 스펙테이터 편집장, 영국 하원의원, 런던시장, 외교장관


■ 존슨의 인맥그룹 Best 4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스탠리 존슨…존슨 총리의 아버지·유럽의회 출신, 마이클 고브 랭커스터 공작령 대법관, 캐리 시먼즈…존슨의 여자친구 (왼쪽부터)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스탠리 존슨…존슨 총리의 아버지·유럽의회 출신, 마이클 고브 랭커스터 공작령 대법관, 캐리 시먼즈…존슨의 여자친구 (왼쪽부터)


영국의 손꼽히는 명문가에서 태어난 보리스 존슨 총리는 화려한 인맥을 자랑한다. 옥스퍼드대 상류층 모임인 벌링던 클럽 동문들은 현재 영국 정계를 주무르는 인사들이 됐다.

존슨가 형제들은 정치에 몸을 담거나 작가, 방송인 등으로 각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존슨 총리의 내각은 그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운동을 함께해온 ‘보트 리브’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존슨 총리 인맥의 특징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적이 동지로, 동지가 반대진영으로 옮겨가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존슨 총리의 여성 편력도 화제가 됐는데 그는 현재 동거인과 함께 총리 관저에서 생활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존슨 총리와 대학 재학시절 악명 높은 사교 클럽인 ‘벌링던 클럽’ 멤버로 만난 사이다. 지난 2007년 둘이 함께 클럽 유니폼을 입고 찍은 사진이 공개되며 논란이 있기도 했다. 서로를 대학 시절부터 잘 안다고 밝혀왔다. 존슨 총리는 캐머런 전 총리의 최측근이자 역시 클럽 출신의 후배인 조지 오즈번 전 재무장관을 신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로 밀었다. 현 내각의 닉 허드 북아일랜드 담당 장관 등이 벌링던 클럽 출신 인사로 꼽힌다. 존슨과 캐머런은 친구 사이임에도 브렉시트를 놓고서는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

스탠리 존슨…존슨 총리의 아버지·유럽의회 출신

존슨 총리의 아버지 스탠리는 유럽의회 의원 출신이다. 국민투표 당시엔 “(EU에) 남자(Remain)”는 구호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브렉시트 반대 시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지만 이후 브렉시트 찬성으로 돌아섰다. 장남인 존슨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신념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존슨 총리의 여동생인 작가 겸 방송인 레이철과 막냇동생인 전 기업부 부장관 조는 브렉시트 반대파다. BBC 라디오4 진행자로 활동하는 셋째 동생 레오는 정치적인 발언은 삼가고 있다.

마이클 고브 랭커스터 공작령 대법관

2016년 존슨 총리가 몸담았던 브렉시트 대표 찬성진영 ‘보트 리브’에서부터 함께했던 최측근으로 꼽힌다. 옥스퍼드대 동문으로 30년 지기 친구인 고브 대법관은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존슨 총리와 의기투합해 승리했다. 그러나 고브 대법관이 “조직을 결속시키고 당과 나라를 이끌 능력이 없다”며 당시 유력한 총리 후보였던 존슨을 ‘저격’하면서 존슨은 불출마 선언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존슨 총리는 자신을 ‘배신’했던 고브를 장관직보다 한 단계 높고 실권도 많은 랭커스터령 대법관에 임명했다. 내각엔 앤드리아 레드섬 기업부 장관,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 도미닉 라브 외교장관, 테리사 빌리어스 환경장관 등 보트 리브 출신 인사들이 포진돼 있다.

캐리 시먼즈… 존슨의 여자친구

존슨 총리의 여자친구인 시먼즈는 동거인으로는 총리관저에 최초로 들어간 ‘퍼스트 걸프렌드’가 됐다. 시먼즈는 유력 정치인들의 보좌관을 거쳐 보수당 공보담당자를 역임했다. 존슨 총리가 최근 거친 연설 스타일을 유머러스하게 바꾸고, 헤어스타일을 정돈했는데 이 같은 이미지 변신 배경에는 시먼즈의 컨설팅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존슨 총리가 관저에서 한 첫 연설에서 동물 복지가 언급된 점도 환경보호 운동을 하는 시먼즈의 영향을 받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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