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헌병 헬멧을 오는 12월부터 전통 투구 모양의 새 디자인으로 바꾸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한다. 조선 시대 무장의 갑주(甲胄)를 본떠 만든다는 것이다. ‘헌병’이란 글자 대신 육군 상징 문양을 단다. 헌병이란 말이 갖는 위압적 이미지를 ‘군경찰(MP·military police)’로 바꾸면서 겐페이타이(憲兵隊) 그림자도 지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헬멧의 효용성과 상징성 측면에선 따져볼 부분도 있다. 철모를 사용하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의장용이 아닌 군용 헬멧의 경우 견고한 강화섬유로 만든다. 그래서 화이바(하이바)라고도 한다. 화이바란 말은 영어 파이버(fiber)를 일본어로 그렇게 말하는 데서 나온 일본식 외래어다.
일본식 외래어가 본격 상륙하기 이전인 1890년에 미국인 호러스 G 언더우드가 펴낸 ‘한영자전’은 일본식 외래어와 관련해 참고할 만하다. 버터-소젖기름, 젤리-묵, 치즈-소젖메주, 코트-적삼, 토스트-군(구운)떡 식으로 풀이했다. 그로부터 12년 뒤에 존 W 하지가 펴낸 ‘조선어 단어와 구(Corean Words and Phrases)’에서는 버터를 소기름, 소시지는 순대, 포크는 외국저(箸)라고 했다. 현대말로 표기만 바꿨을 뿐인데, 지금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당시에 접두어 ‘양(洋)-’ 등을 붙여 사용했더라면 지금쯤 우리말로 정착된 용어가 많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화이바 같은 일본식 외래어는 커피를 고히, 맥주를 비루, 프라이(fry)·플라이(fly)를 후라이, 백신(Vaccine)을 왁찐이라고 하던 시절에 비하면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토목 현장 용어의 경우, 여전히 일본어 잔재가 남아 있다. 국립국어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난 8일 업무협약을 통해 현장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일본어 투 건설 용어 20개를 쉬운 말로 다듬어 보급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 가쿠목→각목, 나라시→고르기, 노가다→막노동, 바루→쇠지레, 아시바→발판, 함바→현장 식당 등이다. 또, 지난 10일에는 국립국어원의 새말모임이 머그샷(mugshot) 제도를 ‘피의자 사진 공개 제도’로 바꿨다.
올해로 573돌을 맞은 한글날 전후로 이뤄진 이러한 외래어 다듬기 사업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그것이 일본식 외래어든 갓 들어온 외국어든 이 땅에 정착하기 전에 우리말로 다듬어야 언중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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