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전까지만 해도 무슨 일이 있어도 검찰 개혁을 완수하고 말겠다던 조국 씨가 14일 법무장관직을 사퇴했다. 장관 지명으로 시작된 66일간의 막장 정치 드라마는 불필요한 국정 혼란과 국민 분열의 상처만 남긴 채 막을 내리고 있다.
야당 대표 시절, 작은 도덕적 흠결만으로도 총리나 장관이 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정작 조국 씨의 경우에는 ‘의혹만으로 장관에 임명하지 않는 나쁜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면서 임명을 강행했다. 이후 35일간 우리 사회는 극단적 갈등 속에 비틀거렸다.
후세를 경계하기 위해서도 이번 사태의 전말과 이후 정치적 마무리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애초부터 이 사태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조국 씨의 후보자 지명 이후 나타난 각종 사안들(사모펀드 의혹, 자녀들의 인턴 증명 및 표창장 위조, 웅동학원 문제 등)은 2005년 이후 어느 인사청문회에서도 볼 수 없었던 메가톤급 불법 의혹들이었다. 그리고 이후 드러난 정경심 씨의 행보만으로도 보통 수준의 상식과 도덕성을 가진 사람은 누구라도 조국 씨의 법무장관 임명에 찬성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입만 열면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던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문제 많은 조국 씨를 임명하고 지키려다 보니 진영 논리를 자극해 지지자들을 동원했고, 싸움은 진흙탕 속으로 빠져들었다. 웬만하면 그냥 집에 있었을 중도 성향의 국민이 조국 사퇴를 외치며 광화문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초동에 집결한 여당 지지자들은 검찰 개혁과 조국 사수를 외쳤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보통 사람들을 더욱 광화문으로 불러냈고 젊은이들이 분노하게 했다.
지지 세력은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조국의 법무장관 임명을 정당화하려 했지만, 많은 국민은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권 세력이라도 칼을 겨누는 윤석열 검찰 총장이 진정한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다. 유시민, 이해찬, 김어준, 공지영, 황교익 등의 인사들이 사력을 다해 조국 씨를 방어하려 했지만, 높은 대통령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국민은 조국 일가의 불법 및 탈법 행위를 상식과 양심, 도덕의 문제로 인식하는데, 무조건 조국을 보호하려는 진영 논리가 국민의 분노를 더 키운 것이다.
총선 6개월 전, 대통령 지지도는 당선 당시보다 떨어지고 여야 정당지지도 격차는 1%포인트 미만으로 좁아진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것도 친여 성향의 리얼미터 조사 결과다. 대통령은 더 버티지 못하고, 갈등 조장의 원흉으로 언론을 지적하면서, 결과적으로 갈등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하면서 조국 씨를 사퇴시켰다.
지난 2개월은 막장이었지만 속편은 더 희망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찮다. 정치적으로는 동북아 세력 균형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자유무역주의의 쇠퇴와 함께 강대국의 국익 우선 정책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핵무력을 완성했고, 한·미·일 동맹 관계는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때에 국민을 이기려 했던 집권자의 오만함이 나라를 극단적으로 분열시켰고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이제 국민은 무능한 국정 운영의 책임을 따져야 한다. 안보가 위태롭고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에 대한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수없이 많은 자영업자가 문을 닫고 서민들은 일자리를 잃고 있는데 공무원 월급만 올라가는 이 답답한 현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현명한 판단만이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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