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쾌대, 군상 IV, 177×216, 캔버스에 유채, 1948년, 개인소장. 프랑스 대혁명 후 격변기를 화폭에 담은 들라크루아나 제리코처럼 격렬한 몸동작의 나체군상이 등장하는  대서사시 같은 이 그림을 통해 작가는 해방공간의 희망과 불안, 동요 등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쾌대, 군상 IV, 177×216, 캔버스에 유채, 1948년, 개인소장. 프랑스 대혁명 후 격변기를 화폭에 담은 들라크루아나 제리코처럼 격렬한 몸동작의 나체군상이 등장하는 대서사시 같은 이 그림을 통해 작가는 해방공간의 희망과 불안, 동요 등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다.

- 국립현대미술관 50년 기념전

덕수궁·과천·서울 3관서
구한말 채용신·이쾌대부터
이중섭·서도호 근현대까지
290명 450여 작품 선보여

한국사회 달군 ‘광장’ 주제
최인훈 소설 테마전도 기획
“근현대 조명 기념비적 전시”


채용신, ‘전우 초상’, 비단에 채색, 95×58.7㎝, 1920, 개인 소장
채용신, ‘전우 초상’, 비단에 채색, 95×58.7㎝, 1920, 개인 소장
19세기 세계 열강들의 제국주의 야욕 속에서, ‘지조’를 최고의 가치로 지니고 살아온 조선의 선비들에게 선택의 길은 많지 않았다. 절개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끊거나, 아니면 의병을 일으켜 무장 투쟁에 나서야 했다. 바로 이들의 기상(氣像)을 기억하고 기록하듯, 화가 채용신은 수많은 우국지사의 초상을 남겼다.

채용신의 투혼은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대 상황 속에서도 조선 고유의 미학을 발견하고 발전시킨 일련의 예술가들로 이어진다. 한국 근대미술사를 빛낸 이쾌대, 최재덕, 김환기, 이중섭 등은 일본에서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으며 세계의 조류를 파악하는 한편, 우리 전통 미학을 어떻게 서양의 흐름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에 골몰했다. 소담한 백자의 미학,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보이는 고대적 상상력과 힘찬 기운, 수묵화에서 기원한 유려한 선(線) 표현 등을 강조하면서, 이들은 ‘조선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각자의 방식을 찾아나갔다.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격동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한국미술은 어떻게 진화해 온 것일까. 한국 미술 100년의 역사가 한자리에 모인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개관 50주년을 맞이해 한국미술 100년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를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과천 서울 3관을 통합한 대규모 기획전으로 구한말의 채용신으로부터 이중섭, 이응노, 김환기 등의 근현대 작가와 서도호, 함양아 등 현대미술을 지향하는 작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한국미술 100년을 대표하는 회화, 조각, 설치 등 모두 290여 명 450여 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중섭, ‘부부’, 종이에 유채, 40×28㎝, 1953,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중섭, ‘부부’, 종이에 유채, 40×28㎝, 1953,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전시는 광장 1부·2부·3부 주제별로 나뉘어 열린다. 덕수궁관에서 17일 개막, 내년 2월 9일까지 계속될 ‘광장 1부’ 전시는 1900∼1950년의 시기를 다룬다. 채용신, 오세창, 안중식, 김용준, 김환기, 이쾌대 등 작가 80여 명의 작품 130여 점과 자료 19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이중섭만큼 그 성품과 화격을 인정받았으나 월북하면서 잊힌 작가 최재덕의 ‘한강의 포플라 나무’(1940년대)와 ‘원두막’(1946)이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과천관에서 17일 개막, 내년 3월 29일까지 계속되는 ‘광장 2부’ 전시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를 한국 사회와 광장이란 설정으로 살펴본다. 실제로 전시장은 최인훈의 소설 ‘광장’(1961)에서 빌려 온 ‘한길’ ‘회색 동굴’ 등 7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변월룡, 박수근, 이중섭, 이응노, 박서보, 신학철, 서도호, 이불,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등 작가 200여 명의 작품 300여 점과 자료 200여 점이 전시된다. 김환기의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가 달항아리, 청자매병과 함께 전시되며 동백림사건으로 수감된 윤이상, 이응노가 각각 옥중에서 작곡한 ‘이마주(image)’(1968) 육필 악보와 그림 ‘구성’(1968)이 함께 전시된다.

서울관에서 지난 9월 7일 이미 개막한 ‘광장 3부’는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광장을 움직인 공동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개인이 맞닥뜨리는 문제와 상황은 어떤 것인지 돌아본다. 오형근, 송성진, 함양아, 홍승혜, 에릭 보들레르, 날리니 말라니 등 작가 12명의 작품 23점을 선보인다. 3부 전시는 내년 2월 9일까지.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20세기 여명부터 현재까지 ‘광장’을 뜨겁게 달군 한국 근현대사와 미술을 조명하는 기념비적인 전시”라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국내외 대중과 미술계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 국립현대미술관의 역사

1969년 경복궁서 첫 개관…2013년 기무사터에 서울관


1969년 10월 20일 경복궁에서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은 1973년 덕수궁 석조전 동관으로 이전했다가 1986년 현재의 과천 부지에 국제적 규모의 시설을 갖춘 미술관을 완공, 개관했다. 1998년에는 서울 도심에 위치한 덕수궁 석조전 서관을 국립현대미술관의 분관인 덕수궁미술관으로 개관, 근대미술관으로서 역할을 부여했다. 그리고 2013년 11월 과거 국군기무사령부가 있었던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전시실을 비롯한 프로젝트갤러리, 영화관, 다목적홀 등 복합적인 시설을 갖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을 건립·개관했다. 또한 2018년에는 충북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을 재건축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를 개관, 중부권 미술문화의 명소로 육성하고 있다. 4개의 전시관에서는 연간 30여 건의 전시가 열리며 소장품은 8417점(2019년 9월 기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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