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LG, ‘개방형 혁신’가속화
오픈랩에 11개 유망업체 입주
혁신 신기술· 아이디어 공유
글로벌 홍보 등 다양한 혜택
사내벤처직원 전담부서로 배치
아이템기획서 사업화까지 수행
근무 자율·팀당 최대 1억 지원
지난 9월 25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지난해 4월 문을 연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인 이곳에서 뜻깊은 행사 하나가 열렸다.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 40개사가 참여한 ‘LG 스타트업 테크페어 2019’다. LG그룹 각 계열사와 협업이 가능한 글로벌 스타트업이 한자리에 모여 공동 연구 기회를 모색하고, 사업화 지원, 투자 등을 검토하기 위한 취지의 행사로 올해 두 번째로 개최됐다. 국내 업체뿐 아니라 캐나다, 러시아, 프랑스, 네덜란드, 이스라엘, 스위스의 해외 스타트업도 참가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자율주행, 로봇, 소재·부품, 바이오·헬스케어 등 7개 분야의 독자 기술을 선보여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AR에 기반을 둔 홈퍼니싱 솔루션 개발업체인 ‘이해라이프스타일’은 공간 사진을 촬영해 올리면 ‘공간 동질화 기술’ 알고리즘이 정확한 공간 크기를 측정하고 어울리는 가구를 추천해 주는 기술을 선보였다. ‘고미랩스’는 반려동물이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 모양의 AI 로봇을 개발해 반려동물의 건강관리를 도와주는 기술을, ‘비햅틱스’는 슈트 안에 부착돼 있는 진동 센서가 AR·VR 게임을 할 때 몰입감을 높여주는 차세대 웨어러블 촉각 슈트를 공개해 시선을 모았다.
LG가 국내 유망 스타트업 발굴과 사내 벤처 육성이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스타트업을 단순히 일방적인 지원대상으로만 여기지 않는다. 개방과 협력을 통해 혁신기술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동반자 관계로 여긴다. 사내 벤처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북돋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사내 분위기를 창출하기 위한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개방형 연구공간 통해 연구·개발 전폭 지원=국내 유망 스타트업 발굴은 스타트업 테크페어 외에도 LG 계열사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등용문(登龍門)’ 격인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한다. LG CNS는 ‘스타트업 몬스터’, LG디스플레이는 ‘드림플레이’가 대표적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뽑힌 업체에는 LG가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부르는 LG사이언스파크의 개방형 연구공간인 ‘오픈랩(Open Lab)’ 입주를 통해 LG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R&D), 사업화, 글로벌 홍보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개방형 연구공간에 입주한 스타트업은 임대료 및 관리비 절감 효과, LG사이언스파크 내 3D 프린터, 물성분석기기 등 첨단 연구 시설 사용, 인적 네트워킹 및 기술교류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2013년 6월 설립된 VR를 통한 실내 자전거 솔루션 개발 스타트업인 컨시더씨㈜의 경우 입주 후 공간을 무료로 제공받고 있다. LG의 홍보 지원 등을 통해 외부 투자를 늘리고 비즈니스를 공동개발해 사업 규모를 키운 사례. 2명이던 초기 인력도 15명까지 늘었다. 지금은 LG전자와 손잡고 웹 운영체제(OS) 기반의 실내 자전거 사이니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개방형 연구공간에는 컨시더씨 외에도 교통정보 수집 플랫폼 개발업체인 ‘위드라이브’, 블록체인 통합 관리 솔루션 개발업체인 ‘수호아이오’, 사내 벤처 등 11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LG 계열사별로도 R&D 컨설팅,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지도, 연구 인프라 등 제공, 국내외 전시회 공동 출품 등을 통해 해외 진출 판로 등을 뒷받침한다. LG CNS는 스타트업 몬스터를 통해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정보기술(IT) 신기술 분야의 국내 벤처에 팀당 3명까지 최장 6개월간 1인당 350만 원의 급여와 개발비 등 3000만 원을 제공한다. 선발된 팀이 원하면 LG CNS 직원으로 채용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 국내 벤처 13개사에 전문가 멘토링과 사업화를 지원했다. LG유플러스는 LG사이언스파크에 5세대(G) 오픈랩을 만들어 새로운 디바이스나 앱 개발사가 5G 네트워크와 플랫폼, R&D 인프라를 활용해 손쉽게 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하도록 돕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지난해 참여했던 스타트업 중 VR 콘텐츠 제작업체 ‘벤타VR’에 15억 원의 지분투자를 진행했고, AI 기반 영상 인식 기술 개발업체인 ‘알체라’와는 기술 라이선싱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사내 스타트업 육성에도 박차…팀당 최대 1억 지원=사내 스타트업 육성에도 본격화하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에 입주한 LG 사내 벤처는 블록체인 기술, AI, 빅데이터, AR, 서비스 플랫폼 등의 분야에 걸쳐 모두 9곳. LG는 사내 벤처 운영 직원들이 사내 벤처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별도 전담 조직으로 이동하게끔 배려하고 사내 벤처 설립 후에는 비용·공간·전문 멘토링과 아이디어를 제시한 임직원이 아이템 기획부터 사업화까지 직접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팀당 최대 1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근무시간은 자율로 정한다. 인사평가도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 방식이다. 회사 설립 후 최대 1년 동안 준비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창업 혹은 사내 사업화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LG CNS가 2016년 사내 벤처 아이디어 대회를 열어 발굴한 ‘단비’는 과장급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지능형 챗봇 서비스 개발업체로 2018년 잠재력을 인정받아 분사했다.
사내 벤처는 대기업이 보유한 인력과 설비 등 인프라와 함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품 개발에서 상용화, 해외 진출까지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기업 입장에서도 유망한 사내 벤처와의 전략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분사 이후에도 지분투자, 인수·합병(M&A)까지 추진할 수 있다는 이점을 지녔다. LG 관계자는 “LG의 사내벤처제도는 기존 회사의 사업 확장이 아닌 분사를 통해 독자생존을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사내벤처제도를 통해 임직원들이 평소 품고 있던 아이디어를 부담 없이 공유하고 창업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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