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의료원 의료진이 2007년 폭탄 테러와 폭격 등으로 준전시 상태가 이어지던 이라크 현지에 화상센터를 세우고 현지 의료진에게 관련 의술을 전수하고 있다.학교법인일송학원 제공
한림대의료원 의료진이 2007년 폭탄 테러와 폭격 등으로 준전시 상태가 이어지던 이라크 현지에 화상센터를 세우고 현지 의료진에게 관련 의술을 전수하고 있다.학교법인일송학원 제공

(下) 지구촌 빈국서‘의료 한류시대’개척

케냐·파라과이에선 모자보건
카메룬 찾아 응급센터 짓기도
이라크전땐 이동 진료팀 운영
22년간 11개국 돌며 의료봉사

현지서 의사들 양성교육 진행
앞선 한국 의료기술 전수해줘


학교법인일송학원은 의사가 필요한 곳이라면 해외도 마다하지 않았다. 포탄이 쏟아진 전쟁을 겪으며 지옥으로 변해 버린 지구 반대편까지 의료진을 보내고 병원 건립을 돕기도 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진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개발도상국 등의 어려운 처지를 반영해 해당 국가의 보건 의료 전문가 양성을 돕는 것으로 영역을 한층 확대해 갔다. 국내에서 의료 기술을 전수 받은 의료진은 본국으로 돌아가 자국 의료계를 이끄는 중추 역할을 해 나가고 있다.

2005년 지진해일 참사로 고통을 겪는 스리랑카에 외국인 의료 봉사단으로는 가장 먼저 도착해 이재민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학교법인일송학원 제공
2005년 지진해일 참사로 고통을 겪는 스리랑카에 외국인 의료 봉사단으로는 가장 먼저 도착해 이재민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학교법인일송학원 제공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송학원이 의술 한류의 첫발을 내디딘 것은 1977년이었다. 당시 미국 괌도에 ‘마리아나메디컬센터’를 개원하고 위탁 운영을 맡았는데, 괌도 유일의 종합병원으로 기록됐다. 국내 병원이 해외에서 병원을 운영한 첫 사례이기도 했다. 국내를 넘어 세계 인류의 행복을 추구한 일송학원 설립자 고 일송(一松) 윤덕선(1921~1996) 박사의 의지를 구체화한 것이었다.

1989년 11월 일송학원을 책임지게 된 윤대원 이사장은 부친의 유지를 이어받아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인류와 함께 의료 복지를 나누는 선택을 하게 된다. 윤 이사장의 결단으로 일송학원 산하 한림대의료원은 2007년 이라크 바그다드에 화상센터를 세우고, 나자프 지역의 응급 시스템을 위한 이동진료팀을 편성해 운영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차량 폭탄테러와 폭격 등으로 화상환자가 속출해 온 현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도움이었다. 한국국제협력단은 관련 사업을 공모하고 지원을 받았으나 아무도 참여하지 않으려 했다. 당시 이라크는 전쟁이 끝난 뒤였으나 한 달에 100여 명의 사망자가 속출할 정도로 준전시상황이었다.

특히 이라크 정부는 버스 15대로 ‘움직이는 종합병원’을 만드는 이동진료팀 구축 제안에 감탄하며 국가 재건 사업의 보건분야 협약 파트너로 한림대의료원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어 현지 의료인 양성을 위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현지와 국내에서 62명에 대한 의료 연수 교육을 진행했다.

한림대의료원은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 케냐, 파라과이, 라오스, 카메룬 등 전 세계로 해외 의료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2008년 케냐 모자 보건센터 개선 사업 △2009년 파라과이 모자 사망률 감소 지원 및 산페드로(신생아·산모 사망률 최다지역) 종합병원 건립 사업 △2010년 라오스 국립아동병원 건립 사업(열악한 아동 보건의료 수준 개선에 크게 일조) △2010년 카메룬 국립응급의료센터 건립 사업 △2012년 베트남 꽝남중앙종합병원 건립 사업 △2014년 라오스 국립경찰병원 건립 사업(라오스 대표 공공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 등을 이어 나갔다.

베트남 종합병원 건립 사업의 경우에는 병원 입지가 다낭에서 약 100㎞ 떨어진 곳으로 베트남 전쟁 당시에 한국의 해병대가 주둔해 전투를 벌였던 곳이다. 한림대의료원은 4차에 걸쳐 의료진 48명을 파견해 양국 간의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데 일조했으며, 베트남 보건복지부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1996년 남태평양 피지에서 시작된 해외 의료봉사는 지난해까지 전 세계 11개국 6000여 명을 무료 진료하는 대장정으로 이어졌다. 2005년에는 스리랑카 지진해일 참사 현장인 트링코말리에 의료지원단을 급파했다. 외국인 의료 봉사단으로는 가장 먼저 현지에 도착해 캠프를 마련하고 2000여 명의 환자를 돌봤는데, 해당 지역은 현지인도 가지 않는 오지였다. 2009년에는 유엔 밀레니엄 빌리지 프로젝트(절대 빈곤이 극심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중점 개발 및 빈곤 퇴치 목적)에 참여하면서 1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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