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상 치료는 매년 적자가 나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분야여서 우리라도 계속해야 했다.”
한강성심병원이 화상치료센터 문을 연 건 1986년 3월이었다. 국내 최초로 화상 전문 치료기관이 탄생한 것이다.
당시 화염병 시위와 열악한 노동환경, 대형사고 등으로 중증 화상환자가 넘쳐났다. 하지만 전문적인 화상치료 병원이 없어 환자들은 병원을 전전해야 했다. 이때 학교법인일송학원 설립자 고 윤덕선 박사가 적자를 감수한 채 화상치료센터를 설립기로 결단을 내린다. 윤대원 일송학원 이사장은 부친의 결단에 대해 “꺼져가는 생명을 외면할 수 없었다. 생지옥 같은 화상치료를 누군가는 해야만 했다”고 회고했다.
마땅한 병원이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던 화상환자와 가족들은 한강성심병원으로 몰려들었다. 1997년 KAL기 추락사고, 육군 헬기의 도심 추락, 대학 실험실 폭발 등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도 중증 화상환자 치료를 도맡은 곳은 한강성심병원이었다. 20년간 수술 건수가 2만 건이 넘는 등 화상치료에 매진하며 인력과 장비, 경험 등에서 독보적인 의술을 쌓아 왔다. 화상환자 생존율은 국내 최고였고, 이제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화상전문병원이 됐다.
화상은 주로 저소득층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 못지않게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경우가 많았다. 한강성심병원은 2003년 비영리단체인 화상환자후원회를 설립했다. 2008년부터는 사회복지법인 한림화상재단을 설립해 국내외 저소득 화상환자들에게 희망을 찾아주고 있다. 한림화상재단은 지난해까지 국내 782명, 해외 8개국 1105명의 환자에게 무료진료와 수술 등의 지원을 해왔다.
소아청소년 화상환자를 위해 화상병원학교를 설립(2013년)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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