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과 시민 등 700여 명이 최근 부산 도심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부산시가 오는 11월부터 시행하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을 홍보하며 플래시몹 행사를 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대학생과 시민 등 700여 명이 최근 부산 도심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부산시가 오는 11월부터 시행하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을 홍보하며 플래시몹 행사를 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안전속도 5030 정책’ 광역단체 중 첫 시행

도로 1㎞당 자동차 대수 많아
교통사고 중상률도 최고 수준
운전하기 험한 도시 악명 벗기

사람·안전중심 교통정책 전환
전체 이면도로도 30㎞로 제한
다음달 11일부터 市전역 도입

차 전용도로는 기존 속도 유지
실제 차량 흐름 큰 지장 없어


“속도의 차이는 작아도 안전의 차이는 큽니다. 시속 10㎞만 줄여도 교통사고 사망률 30%가 감소합니다.” 요즘 부산 연제구 시청앞, 서면, 해운대 등 부산 시내 주요 간선도로에는 자동차의 최고 제한속도가 기존의 시속 60㎞가 아니라 시속 50㎞임을 알리는 교통안전 표지판이 곳곳에 이미 붙어 있다.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은 국·시비 70억 원을 들여 부산 전역에 이 같은 표지판과 도로 노면 안내표시 등을 모두 3만4000여 곳에 설치하는 막바지 작업에 분주한 모습이다.

오는 11월 11일부터 17개 전국 특·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처음으로 부산시 전체 간선도로의 최고제한 속도가 ‘안전속도 5030’ 정책에 따라 시속 10㎞가 줄어든 시속 50㎞로 제한된다. 이면도로(생활도로)도 지금까지는 스쿨존 등만 시속 30㎞로 정해져 있을 뿐 특별한 규정이 없었지만 이번에 전역이 30㎞ 이내로 제한된다. 부산 전역의 간선도로 824㎞와 이면도로 등 기타도로 3808㎞에 모두 적용된다. 단지 과속 단속은 무인속도측정기 등을 조정해 6개월 이상의 계도 기간을 거쳐 내년 6월쯤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자동차 전용도로 16곳과 물류도로 47곳은 시속 70~80㎞의 기존 속도를 유지하게 돼 시민들의 큰 불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서울, 인천, 세종, 경기 안산시, 부산 영도구 등의 일부 구간에서만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었다. 따라서 부산의 ‘안전속도 5030’ 정책은 향후 다른 지역에 파급효과가 주목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미주, 유럽 등 선진국 30여 개국에서 이미 20여 년 전부터 안전 문제 때문에 도심부의 제한속도를 시속 50㎞ 이하로 조정해 운영하고 있다. 아일랜드 제한속도 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시속 60㎞일 때는 교통사고 중상률이 85%에 이른 반면, 50㎞에는 55%, 30㎞에는 15% 정도에 그친 것으로 보고돼 있다. 부산경찰청은 속도의 차이는 10㎞에 불과하지만 교통사고 심각도는 30%나 경감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한속도를 낮춰 네덜란드는 67%, 덴마크 24%, 헝가리 18.2%의 교통 사망사고율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제한 속도를 낮추면 돌발상황 때 충격량이 감소하고, 사고에 반응하는 시간이 단축돼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진옥 부산시 교통국장은 “안전속도 5030 정책의 부산 전면 시행 의미는 단순히 속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차량과 속도 위주에서 사람과 안전 중심으로 교통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라며 “사람 중심 보행도시 조성사업이 시정의 최고목표”라고 말했다.

전국 시·도 중 부산에서 처음으로 5030 정책을 시행하는 데는 열악한 도로사정도 한몫을 차지했다. 시와 경찰의 통계에 따르면 부산은 도로 1㎞당 자동차 대수가 431대로, 7대 도시 평균인 392대보다 훨씬 많다. 인구 100명당 도로연장이 0.09㎞로, 7대 도시 평균인 0.11㎞보다 짧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 1.3㎞와는 10배 이상 미흡하다. 계획도로가 아닌 자연 발생적인 도로마저 많아 부산은 ‘운전하기 험한 도시’로 악명이 높다. 지난해 도로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한 시·도별 운전 행태 조사에서도 17개 시·도 중 16위를 차지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차가 뚫릴 때는 ‘빨리 달리고 싶은’ 운전 심리 때문에 중대 교통사고로 중상자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부산의 교통사고 건수는 1만1937건, 부상자 수는 1만6468명이다. 이 중 중상자는 4548명에 자동차 1만 대당 29.8명꼴로 전국 평균(27.5 명)과 7대 도시 평균(25.8명)보다 높다. 특히 부산은 고령자와 노인 운전면허자의 증가 속도도 매우 높아 제한속도 하향조정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류해국 부산경찰청 교통과장은 “부산의 운전 행태는 매년 최하위 수준이어서 이 정책은 속도를 하향 조정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책의 본격시행이 힘을 얻은 것은 시내 도로의 특성상 많은 신호 때문에 시속을 10㎞가량 줄여도 속도 차이는 거의 나지 않지만 각종 교통사고 감소 효과는 높았기 때문이다. 2017년 6월부터 영도구에서 시범 실시하고 있는 5030 정책효과는 고무적이었다. 영도구에서 시행한 결과 통행속도는 시행 이전에 비해 주야간 주행 속도가 시속 1~2㎞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전체 사망사고는 24.2%, 심야사고 42.2%, 보행사망사고는 37.5%가 감소했다. 이 때문에 주민 여론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시내 전역의 차량 주행 시간 실증조사와 택시요금 영향 결과에서도 주행시간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 운수업계와 함께 시속 60㎞와 50㎞로 나눠 시내 3개 노선 15㎞를 주행한 결과 1~3분 차이가 나는 것에 불과했다. 택시요금 실증조사에서도 단거리(5㎞)와 장거리(12㎞)로 나눠 속도별로 택시요금을 정산해 보니 전체 평균 거리 8㎞에 주행시간 차이는 1분 51초, 요금은 106원 차이에 불과했다. 김진우 부산경찰청 관제계장은 “지금까지 45차례의 실증조사결과 제한속도를 줄여도 주행속도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도 2021년 전국 시행을 앞두고 부산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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