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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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루 1~2시간 자신만을 위해 좋아하는 활동 해보세요

▶▶ 독자 고민

40대 초반 주부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제 젊음을 다 바쳤습니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행복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습니다. 제 정체성에 대한 의문도 들어요. ‘나는 누구일까?’ ‘나는 아이를 키우는 사람에 불과한 걸까?’ 등의 생각이 듭니다. 고민을 남편에게 말해도 무뚝뚝한 남편은 잘 공감을 못 해줍니다.

▶▶ 솔루션

문요한 정신과 의사
문요한 정신과 의사
육아로 인한 ‘소진증후군’입니다. 왜 그렇게 됐을까요? 여성의 경우 출산을 전후로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종일 아이 생각만 하도록 몸과 마음이 확 바뀝니다. 실제 엄마의 뇌를 촬영해보면 중독자의 뇌와 유사합니다. 즉, 모든 엄마는 일종의 ‘아이 중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살기 위해서 잠시도 애착 대상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칩니다. 그러나 아이가 만 3세쯤이 되면 이 공생관계에 큰 변화가 옵니다. 아이의 자아가 탄생하면서 잠시 동안은 엄마가 없더라도 혼자 놀 수 있는 능력이 만들어집니다. 이를 발달심리학에서는 ‘분리-개별화’라고 합니다. 이는 아이뿐 아니라 엄마에게도 일어나야 합니다. 즉, 아이와의 공생관계에서 벗어나 엄마 역시 조금씩 자기 시간을 갖고 자기 세계를 회복해야만 안정적인 분리-개별화가 이뤄집니다. 그러나 많은 엄마에게 이 과정이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과 불안감 때문에 3세 이후에도 아이 옆에서 떨어지지 않고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신경을 쓰는 것입니다.

문제는 에너지입니다. 출산 후 3년까지 아이에게 전력투구할 수 있도록 여성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지만, 이후로는 줄어듭니다. 결국 어느 순간 소진이 찾아옵니다. ‘나는 누구일까?’라는 정체성의 혼란이나 ‘내 인생에 내가 없구나’라는 깊은 공허감에 빠지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뒤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인생을 회복해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첫째, ‘규칙적인 자기 시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하루에 1∼2시간 혹은 일주일에 반나절 등 온전히 자기를 위해 쓸 시간이 필요합니다. 둘째, 단순한 휴식이나 소비활동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으로 그 시간을 채우는 것입니다. 공부, 운동, 취미활동 등 무엇이든 과정 자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두 가지가 반복되면 자기 정체성이 회복되고 자기 인생을 산다는 느낌이 찾아옵니다. 남편의 도움도 중요합니다. 남편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원하는 것을 요청해야 합니다. 가령, “일주일에 반나절은 나의 시간을 갖도록 도와주면 좋겠어”라고 말이지요. 멈추지 마시고 자신의 인생을 향해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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