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조국發 개혁안 우려

권력형 비리조사 특수부 축소
‘거악 수사’ 담당할 공수처장의
대통령 인사권 제한 대책 빠져
검찰을 정권에 더 굴종 시킬것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 이후 검찰 개혁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탄 가운데 ‘특수부 힘 빼기’로 검찰 개혁의 본질이 흐려졌다는 법조계 지적이 거세다. 검찰 개혁의 초점이 검찰 중립성 확보와 수사 독립보다는 거악(巨惡) 척결의 상징이던 특수부 축소에 맞춰지면서 개혁 본연의 의도마저 의심받을 수 있다는 비판도 불거지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이 지난 14일 퇴임 직전 발표한 검찰 개혁안의 골자는 검찰 특수부 축소다. 전국 검찰청 중 서울·대구·광주 등 3개 검찰청에만 특수부를 남기고, 이름도 ‘반부패수사부’로 바꾼다는 것이다. 밤 9시 이후 심야 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15일 국무회의에서 이를 바로 의결했다.

이는 법조계에서 ‘검찰 힘 빼기’ 논란을 불러왔다. 사회 특권층을 향한 검찰의 칼끝이 무뎌질 수 있는 만큼 정치적 필요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 특수부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수사하는 곳이 아니다”며 “특수부의 역할은 고위공직자들과 재벌 등 사회 고위층을 수사하는 것인데 특수부가 축소되면 앞으로 거악 척결 수사가 상당히 취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도 “합리적인 조율 과정이나 대안 없이 특수부를 대거 없애고 졸속 처리한 걸 순수한 의도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개혁안이 원안대로 시행되면 검찰 칼끝이 사회 거악보다는 기업과 일반 국민을 겨냥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수부가 폐지된 지역은 ‘수사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신평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도 “특수부 수사 역량이 줄어들면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기득권층”이라며 “이번 개혁안은 심야수사 금지 등으로 조 전 장관 일가가 우선 수혜를 누렸는데 결국 국민 전체가 아닌 기득권층의 이익 도모를 위한 개혁안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생기면 공수처가 공직자 수사에 역점을 둘 테니 검찰은 기업 수사를 강화할 것”이라며 “산업 규모가 큰 부산이 사건과 수사 수요가 구조적으로 많은데 대구 특수부가 부산 지역 수사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검찰 개혁의 핵심을 대통령 인사권 제한으로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정치권력이 함부로 검찰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게끔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해야 한다”며 “대통령 인사권 제한, 검찰 직접수사권, 검찰 분권화, 중앙집권적 경찰의 조직 구성 문제 등이 사법 개혁과제로 종합적으로 논의돼야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무부의 검찰 인사권 행사를 최소화하지 않으면 검찰은 정권 입맛에 길들여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개혁안은 검찰을 정권에 더 굴종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 개혁 방향성은 사법 개혁의 큰 그림 속에서 제시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정 교수는 “검찰은 사법 체제에서 척추에 해당된다”며 “척추 위로는 법원, 아래로는 경찰이 있는데 검찰 개혁은 결국 법원, 경찰 등 전체 사법 개혁과 연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영·윤명진·이은지 기자 goodyoung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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